“이 시대의 잠재적 낙원의 문은 지옥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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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김기종 씨가 휘두른 폭력 역시 고독의 산물이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최근에 그가 빠졌던 ‘독도 민족주의‘는 기본적으로 상징 차원에만 존재하기때문에 사회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데 특징이 있다. 우파가 이런 민족주의를 즐겨 활용하는 것도 구체적인 사회관계들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국가나 민족을 곧바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독도는 어느 나라 땅이냐‘는 답이 정해진 심문이 있을 뿐, 대화도 새로운 관계가 생성되는 여지도 없다. 일본 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지고 미국 대사에게 과도를 휘두르게 만든 것은 바로 이러한 민족주의다. 바꿔야 할 대상으로서 사회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는 남북분단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도 그 해법을 상징적인 ‘적‘을 공격하는 고독한 행위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55-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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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이바라키 노리코(1926~2006)

어딘가 아름다운 마을은 없을까
하루 일이 끝나면 한 잔의 흑맥주
괭이를 기대 세우고 대바구니 내려놓고
남자도 여자도 큰 머그잔 기울이는

어디엔가 아름다운 읍내가 없을까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달린 가로수가
끝없이 이어지고 제비꽃빛 초저녁이
청춘의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차고 넘치는

어디엔거 아름다운 사람과 사람의 힘은 없을까
같은 시대를 함께 사는
친함과 우스꽝스러움과 노여움이
날카로운 힘 되어 눈앞에 나타나는

이바라키 노리코, <보이지 않는 배달부>,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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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고등보통같은것 문과(文科)와같은 것 도스터이엡스키이와같은것 왼갖 번역물과같은것 안읽고 마럿스면 나도 그냥 정조식(正條植)아나심으며 눈치나살피면서 석유호롱 키워놓고 한대(代)를 지켰을꺼나. 선량한나는 기어 무슨 범죄라도 저즈럿슬것이다.
어머니의 애정을 모르는게아니다. 아마 고리키 작(作)의 어머니보단 더하리라.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는게아니다. 아마 그 아들이 잘 사는 걸 기대리리라. 허나, 아들의지식이라는것은 고등관도 면소사(面小使)도 돈버리도 그런것은 되지안흔것이다.
고향은 항시 상가(喪家)와 같드라. 부모와 형제들은 한결같이얼골빛이 호박꽃처럼 누러트라. 그들의 이러한 체중(體重)을 가슴에언고서 어찌 내가 금강주(金剛酒)도아니먹고 외상술도 아니 먹고 주정뱅이도 아니 될 수 있겠느냐!!
안해야 너 또한 그들과 비슷하다. 너의 소원은 언제나 너의 껌정고무신과 껌정치마와 껌정손톱과 비슷하다. 거북표류(類)의 고무신을 신은 여자들은 대개 마음도 같은가 부드라.
(네, 네, 하로바삐 취직을 하세요) 달래와 간장내음새가 피부에젖은안해, 한달에도 및번식 너는 찌저진 백로지(白露紙)쪽에 이러케 적어보내는것이나, 미안하다, 취직할 곳도 성공할 곳도 내게는 처음부터 업섯든걸 아라라..
미안하다 안해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 <풀밭 위에서>,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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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
우치다 타츠루 지음, 이지수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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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4p. 나는 가성비를 항상 염두에 두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므로, 시끄러운 학생의 입을 다물게 하는 단기적인 메리트와 교실 전체를 울적하게 만드는 장기적인 디메리트를 바꾸는 불리한 장사는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수업을 방해할 성싶은 학생에게는 내 쪽에서 생긋 웃으며 말을 건넨다.
내 경험상 이런 종류의 반항적인 학생 대부분은 초중등 교육 기간 가운데 선생님에게 ‘우호적인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
교실에서 어떤 발언을 해서 선생님이 받아준 경험이 없기 때문에 교실에 있기만 해도 그만 진절머리가 나는 것이다.
반항적인 학생은 오히려 순진한 인간이다.
따라서 ‘자네는 훌륭하군. 자네같이 비평성을 지닌 학생이야말로 대학에 어울린다네’라는 표정을 얼굴 가득 띠고 웃어주면, 이제까지의 교육에 대한 그들의 부정적인 환상은 꽤 간단히 무너지고 ‘뭐야, 대학은 제법 즐거운 곳이잖아‘라고 생각하게 되어 하룻밤 만에 성실한 공부벌레로 변모하기도 한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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