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께 <설탕의 세계사> 독서토론을 하면서 한 프랑스 개똥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우연히 20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프랑스에 갔는데 길가에 개똥이 널려 있어서 아주 더러웠고 우리나라가 길이 깨끗하니 훨씬 좋은 나라라고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모르는 사람이라 아무 말도 안했지만 아는 후배나 동생라면 무슨 말을 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내가 그 후배나 동생이라면 했을 것 같은 그 무슨 말을 적어보겠습니다.

"프랑스가 한국보다 길가가 더러운 건 사실이지. 지하철도 한국보다 불편하고 더럽지. 그런게 그런 것만으로 전체적으로 한국이 프랑스보다 좋은 나라일까? 길거리의 깨끗함 같은 공공 인프라의 깨끗함이나 편리함, 친철한 서비스 같은 측면에서는 한국이 프랑스보다 좋지. 하지만 내 얘기를 한 번 들어봐. 자살율을 놓고 보면 프랑스는 우리나라보다 낮지. 프랑스에서는 십대가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하거나 노인이 빈곤에 질병이 겹쳐서 감당을 못하고 자살할 확률이 한국보다 훨씬 낮지. 그것만 그럴까? 한국에서 이십 대 청년들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갑질을 당할 확률이 프랑스보다 훨씬 높아.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40% 후반으로 OECD 국가 중에서 압도적인 1위라서 너희들이 지금 당장 노인이 된다면 빈곤에 허덕일 확률이 프랑스보다 훨씬 높지. 산업재해로 죽을 확률은 어떨까? 너희가 직장에 나간다면 프랑스보다 산업재해로 죽을 확률이 훨씬 높아. 사회복지 서비스는 어떨까? 너희들이 앞으로 받을 사회복지 서비스는 프랑스보다 못한 수준이야. 나는 프랑스가 이상적인 국가라거나 문제가 없는 나라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니야. 그저 서민의 입장에서 사회시스템적인 측면을 본다면 우리나라가 프랑스보다 못하다는 말이야. 나는 길거리에 개똥이 굴러다녀도 십대가 성적을 비관해서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길거리에 개똥이 굴러다녀도 노인들이 가난 때문에 질병을 감당못해 자살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 길거리에 개똥이 굴러다녀도 이십대가 사회에 나가 갑질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길거리에 개똥이 굴러다녀도 지금보다 사람들이 산업재해로 많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정말로 말하고 싶어. 길거리에 굴러 다니는 개똥 같은 눈에 보이는 깨끗함보다 그 사회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라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가 처한 모습이 보일거야. 너희들이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 그러면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질 확률이 높아질테니까. 지금 우리나라가 프랑스보다 좋은 나라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렇게 하는 게 더 좋은 행동인 것 같아. 아마 이런 나의 말이 꼰대같아 보이겠지. 그래, 꼰대가 맞아. 그래도 할말은 해야겠어. 꼰대든 뭐든 너희들의 말이 드러내는 진실이 나를 너무 서글프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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