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열심히 많이 읽기 시작한지가 한 10여년 된 것 같네요.
그 이전에는 책을 골고루 읽지 않고 역사책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책만 읽은 탓으로 그 당시 저는 지독한 민족주의자였죠. ㅎㅎㅎㅎ
어찌되었든 예전보다 역사책에 대한 관심이 못한 저이지만,
역사책 모임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관심이 가더군요.
자유모임이 아니라 역사책만 읽는 모임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전문성이 느껴지는 것도 좋았고요.
그래서 역사책 모임을 하게 됐고 좋은 분들을 만나서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약하지만 그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글을 한 번 올려보겠습니다.
기억력의 문제로 많은 것들을 되살리지는 못하고
제가 기억하는 대로 정리한 것이니 그것은 양해해주시기를.

첫번째 모임: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

사실 김재규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서야 '어떤 생각'이라는 것을 가지게 됐죠.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10.26 사건이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얼마나 큰 사건인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현대사의 중요한 균열지점이면서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또다른 독재를 낳게 되는 역사의 분기점으로서 우리는 10.26 사건을 다시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불어 역사책 모임에 참가하신 분들의 열정과 언번, 우리의 말이 빚어내는 밀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어서 좋았고 다음 모임을 기대하게 됐습니다.

두번째 모임:히틀러에 바치는 주석

제가 진행한 모임이라서 부끄러운 면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모임 후기를 그때 바로 쓰고 모임 끝나자마자 즉각적으로 올린 것이 좋았습니다. 모임 후기를 쓰기 싫어하는 저에게는 너무나 인상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어쨌든 '히틀러'라는 문제적 인물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그런 인물을 선거에서 뽑지 않을 수 있나 하는 논의를 한 게 저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역사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로 넘어가는 것도.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오면서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우리들에게 부디 히틀러같은 인물을 뽑지 않을 지혜가 생기기를. 물론 역사의 흐름은 몇몇 인간의 지혜나 올바른 역사인식 따위는 사뿐히 무시하고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지만.

세번째 모임:군함도,끝나지 않은 전쟁

영화 <군함도>나 무한도전 때문인지는 몰라도 군함도는 최근에 많이 알려졌죠.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아니고요(^^;;), 모임을 진행하신 분이 예전부터 관심을 가진 주제여서 선정을 하고 모임을 하게 됐습니다. 책을 읽고 놀랐던 것은 일본의 강제징용이 거의 전 세계에 걸쳐 널리 퍼져 있었다는 점, 무수히 많은 피해들이 있었는데 일본 정부가 거의 무시로 일관하며 자신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는 점 등이었습니다. 너무 아프고 슬픈 역사라서 저는 역사 인식의 문제를 공동체의 정체성과 연관지어서 이야기하며 아프고 슬픈 역사라도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분들과 이야기하며 인상 깊었던 것은 왜 강제 징용은 잘 모르는데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잘 알려져 있냐 하는 부분에 대한 토론이었습니다. 그 토론을 하며 또 힘없는 가해자들에 대한 논의를 나눈 부분도 잊을 수 없네요. 아직 끝나지 않은 토론이지만 앞으로 생산적인 이야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에 모임 진행자 분이 실제로 군함도에 가서 찍은 사진을 본 것도 기억이 납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아프고 슬픈 역사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자랑스럽고 기쁜 역사라는 점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저는 분노가 치밀었구요.

네번째 모임:역사 사용설명서

역사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냐를 넘어서서 역사를 어떻게 사용하냐에 대해 토론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역사의 무수한 오용과 악용 사례 앞에서 우리는 과잉 민족주의의 위험성을 말했고, 영웅 위주의 역사 서술에 대한 저마다의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나중에 영웅 위주의 역사 서술을 말하다 신성화 이야기가 나오고, 신성화에서 결국 종교 이야기로 넘어간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였지만요.^^;; 어쨌든 새로 오신 분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역사책 모임은 다음 시간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여기까지 진행이 됐고요, 저는 다음 역사책 모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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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2 18: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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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2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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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2 2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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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2 2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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