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
김민철.김승은 외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생각정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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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조한성 외

강제동원 100년의 문제를 해결할 가장 근본적인 노력은 진실을 기록하고 과거를 기억하는 데 있다.(13)
지난 세기 가혹한 고통을 당하고 질곡의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우리가 우리 시대의 정의와 공동체의 번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120)
죽은 자를 기억하는 것은 산 자들의 일이다.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 또한 산 자들의 몫이다. 그렇다면 죽은 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일은 결국 산 자가 죽은 자의 이름을 빌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추모하고 기억하는 일이 의례를 넘어 생활 속에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참된 의미의 추모와 기억이 아닐까.(303)
우리는 일본, 일본인과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제 침략 및 일제 강제동원의 '강제성''불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는 세력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용서 없이 역사 청산을 이룰 수 없다.(405)

R의 고백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너무 슬퍼서 책을 덮고 잠시동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문뜩 내 머릿속으로 심리학, 자아 정체성, 역사가 뒤얽힌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마침 제가 제 생각을 발표할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그때 떠오른 생각을 말해보겠습니다. 뭔가 논리적으로 잘 정리된 생각은 아니지만 저만의생각이 담긴 것이기에 이해하고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과거에 겪였던 몇 년에 걸친 심리적인 자가 치유의 시간에 있어서 제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제 자신의 여려 면모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자가 치유의 시간을 가지기 전의 저는, 저 자신의 나쁜 면, 추한 면, 악한 면, 부끄러운 면을 받아들이지 않고 회피만 해왔습니다. 회피는 저 자신에 대한 부정이나 환멸, 자학으로 이어지더군요. 우울증이라는 문제가 생기고, 치유의 과정을 가지고서야 저는 저 자신의 부정적인 면모를 회피하다 못해 부정하는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가 치유의 시간을 가지고서야 저는 자신의 부정적인 면모를 끌어안고 그것이 저 자신의 자아 정체성임을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수용과 인정의 과정을 거친 저는, 그 이전의 저와는 다른 존재가 되더군요. 과거보다 조금 더 건강하고, 강해지고, 더 나은 존재가 된 듯한 느낌의 존재. 저는 지금의 저가 좋습니다.

이 자아 정체성을 인식하는 과정의 문제를 단지 '자아'의 문제를 넘어서 확장시켜봅시다. 공동체,사회,국가의 영역으로. 공동체,사회,국가에도 긍정적인 면와 부정적인 면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긍정적인 면만 기억하고 부정적인 면은 무시하고 없는 것처럼 말하고 기억한다면 그 공동체가,사회가, 국가가 건강하고 괜찮은 공동체,사회,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자아 정체성에 문제가 생긴 저 자신의 과거의 모습처럼, 그 공동체,사회,국가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역사의 문제를 여기에 연결한다면 좋은 역사만 기억하는 공동체,사회,국가는 어딘가 있는 문제가 있는 공동체,사회,국가라는 말이 되겠죠? 어쩌면 역사를 공부하고 배우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라는 존재가 속한 공동체,사회,국가가 더 건강하고 건전하며 나은 공동의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을 읽으며 저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건전한 국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피해,차별,학살,폭력,강제동원 등의 사건들을 없는 것처럼 무시하고, 사과나 보상도 안한 채 자신들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키고 그것만 기억하는 나라가 어떻게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한국인 피해자들을 돕는 일본인들의 모습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각각의 개인들을 떠나서 일본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일본 사회 전체를 역사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일본만 문제가 있는 걸까요? 한국은 어떤가요? 한국은 자신의 역사를 제대로 돌아보고 더 건강하고 건전한 공동의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일까요?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보면 이 부분에서 한국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저는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겠습니다. 그저 저는 저 자신이 자기 치유를 했던 것처럼, 미약한 힘이지만 저 자신이나마 더 괜찮은 공동의 정체성을 가진 사회로 한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위해 더 많은 역사책을 읽고 혼자서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과 저 자신의 생각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질 생각입니다. 저의 이런 미약한 행동이 작은 파문이나마 한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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