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게 될 줄 전혀 몰랐습니다.
<세상물정의 사회학>에 <세상물정의 물리학>까지 읽었으니,
<세상물정의 경제학> 정도는 안 읽어도 되잖아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세상 일이란 게 제 뜻대로 되는 건 아니더군요.^^;;
오랜만에 참석하기로 한 독서모임 선정책이 이 책이라서
제 의식적인 반항심을 내리누르고 책을 읽었습니다.
주류경제학에 대한 반발심에다 세상 모든 것을 경제학적으로 보려는 사고에 대한 저항감에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이 책의 저자들에 대해 일종의 경고를 날리는 걸(??)
본 것도 있고 해서 이 책을 읽는 제 머리속은 제 자신의 사고에다 아주 막강한 쉴드를 
친 상태였습니다.
재미는 있더군요.(이말에서 이미 반감이 느껴지지 않나요??ㅎㅎㅎ)  
<괴짜경제학>이라는 메가히트 경제학 책을 쓴 저자들답게.
경쾌하고 발랄하고 톡톡 튀는 느낌으로 세상 만사를 경제학적 사고로 탐구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재미'만 있는 것 같았습니다.
경제학적 사고와 지식을 바탕으로 가벼움과 즐거움으로 무장하고
세상만사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다 덤벼라'고 외치는 느낌의 재미.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더 무게감 있게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모은 책이라서 태생적 한계상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지나치게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안타깝더군요.
반대로 생각하면 그게 큰 장점이 되기도 하겠죠.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어쩌면 제가 프로불편러 필(??)의 독자라서 이 책의 가벼움을 단점처럼 여기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저자들에게 사과하겠습니다.(물론 미국에 있는 저자들이 제 사과를
인식할리는 없겠죠.^^)
사과는 사과고 할말은 계속 해야겠습니다.
의료 영역에 시장주의로 접근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여기는 점이나
(저자는 영국의 국가보건의료서비스 NHS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총기문제에 대한 지나친 관심,
미식축구에 대한 수다들은 저자들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미국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얘기들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거든요.
기존의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새롭게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나오는 섹스세나 콜걸 인터뷰 같은 부분들이 이 책에 필요한
부분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굳이 경제학적 사고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차라리 사회학이나 정치학, 문화연구 쪽으로 접근하면 더 괜찮은 논리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쨌든 어찌어찌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청 좋지도 않은, 그렇다고 엄청 나쁘지도 않은
"Not bad" 느낌의 독서라서요.

이제 생각만 정리하면 되겠네요.
생각을 다듬고 다른 살들을 덧붙여서 독서모임에서 쓸만한 말들로 만들겠습니다.
다시 태어나는 그 말들을 위해서
이 글은 제 머릿 속의 '망각의 강'으로 떠나보내겠습니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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