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금지하니까 가지 않는 것이 소시민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직 멀었다. 진정한 소시민이라면 '규칙은 어기라고 있는 것이다!'하고 으스대며 축제의 밤거리에 뛰어들었다가 선생님이나 선도 위원의 모습을 보고 몰래 도중다니는 법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야간 노점 사이를 어슬렁거리고 있다.(10)

 

우리는 하루하루 평온하게 보내는 생활 태도를 몸에 익히길 갈망하고, 그것을 방해하는 일들을 완강히 회피하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리고 트러블 혹은 문제의 싹에서 빠르게 손을 떼기 위해 서로의 존재를 이용하는 것이다.(18)

 

세상에 이렇게 맛있을 수가!거품이 사르르 녹는 듯한 매끄러운 식감에 있는 듯 없는 듯 아련한 단맛. 스펀지케이크 안쪽은 크림치즈 풍미의 바바루아였다. 튀지 않는 부드러운 치즈 맛을 지긋이 음미하고 있으면 안쪽에 숨은 마멀레이드 같은 소스가 대번에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46)

 

나는 탐정 흉내는 낼 수 있어도 아무래도 뛰어난 범인이 될 소질은 없나 보다.(72)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 인간의 머릿속에서는 비약의 한계가 사라진대.(99)

 

내 경험상 모르는 문제를 풀 때 집중하면 안 된다. 물론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려면 집중해야 한다. 사고를 점차 좁혀 초점을 맞춰간다. 마침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 이번에는 집중을 풀어야만 한다. 물론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긴장감은 유지하되 사고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사물을 보는 행위와 흡사하다. 인간의 눈은 중심 부분이 어둠에 약하다. 그러므로 어둠 속에서 사물을 볼 때는 주변시를 쓴다. 상황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사고를 확산시켜야 한다. 핵심을 감싸고 있는 전체상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보아야 할 답이다.(110)

 

재주도 호적수가 있어야 부각되는 법. 재능을 시험하려면 그에 합당한 무대와 소재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그런 기회를 만나지 못했는데 이렇게 멋진 사건을 만나다니, 지금까지 참아왔던 지루함을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는다. 유괴 만세!(160)

 

범죄는 과자가 아니야,오사나이.(256)

 

사실은 여우가 아닌데 자신을 여우로 착각하고 소시민이 되겠노라 선언했다면, 그마저도 거짓말이라면.그것은 마치 솜사탕. 달콤한 거짓말을 부풀린 것은 작은 한줌의 설탕.무엇이 남는지 물론 알아, 오사나이. 오사나이의 입술이 움직였다."남는 건 그저 오만한 고등학생 두 사람뿐이야..."(26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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