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메모

1.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세계를 마무리하는, 살아 생전에 마지막으로 완성한 소설.

2.독서 기간:2017년 1월5일

3.

책은 삼중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는 시각적 경험과 묘사. 두번째는 문화적이고 인류학적인 의미를 찾고 언어,의미,상징을 포함한 이야기 형식의 글. 마지막은, 한층 더 사색적인 경험을 고려하여 궁극적이고 보편적이고 총제적인 진리를 찾으려고 하는 성찰의 장. 이 세 부분이 뭉쳐 하나의 부분을 이루며 그 부분은 다시 세 부분이 뭉쳐 한 편의 글이 되고, 그 세 편이 뭉쳐 <팔로마르>라는 하나의 소설을 이룬다. 3x3x3형식. 총 27개의 짤막한 글들 속에서, 작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사색적이고 철학적이며 예술적인 필치로 그려나간다. 다양하기 그지없는 시각과 사색과 철학의 향연 같은 이 소설 같지 않은,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에세이같은 소설을 읽다보면 다시 한번 칼비노의 실험성에 감탄하게 된다. 역시 칼비노의 소설은 세상에 다시 없는 유일무이한 그만의 소설일 수밖에 없다며.

 

천문대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팔로마 산에서 따온 '팔로마르'라는 이름을 쓰는 책의 주인공은 세상 모든 것을 자신만의 진지한 시각으로 관찰하며, 거기에서 자신만의 사고를 어떤 형태로든 구현해낸다. 파도에서, 기린이 달리는 모습에서, 알비노 고릴라가 타이어를 움켜쥐고 있는 모습에서, 짝짝이 슬리퍼에서, 거북이들의 짝짓기 행위에서, 지빠귀의 휘파람 소리에서, 잔디밭의 잡초 속에서, 팔로마르는 세상과 삶과 시간과 인간 존재와 소통과 언어와 세대 갈등과 서구 문명과 상상력 들과 같은 세상의 온갖 것들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사고화해서 그것을 문학이라는 형식 속에 녹여낸다. 철학과 문학의 경계를 모호하게 방황하는 칼비노의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결국 묻지 않을 수 없다. 문학이란, 소설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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