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카세 가즈히사는 살인자다.(9)

 

좋은 인생이나 나쁜 인생이라는 건 죽은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를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해주는지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와 가치가 결정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아버지처럼 진정한 교사로, 온 힘을 다해 누군가의 인생의 순간을 함께 하면서 내가 살아있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어.(20)

 

그게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일 같았다. 누가 그렇게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인간의 가치가 친구의 숫자로 결정된다고 믿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자신을 신뢰하는지. 숫자가 많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누구인지도 중요했다. 가치가 있는 친구, 주위에서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어야 했다.(34)

 

누군가를 상대로 강력한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두 손을 꽉 움켜쥐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46)

 

별안간 굵은 덩굴의 뿌리가 뚝 끊겼다. 압박감에서 해방되었다. 불안을 잘라낸 것은 불쾌감이었다. 비 오는 날, 누군가 흙발로 다다미방에 들어온 듯한 불쾌감.(53

)

 

커피를 내린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후회라는 어둠 속에 스며드는 단 한 줄기의 빛.(59)

 

친구가 술을 마셨다는 것도, 운전이 서툴다는 것도, 날씨가 나쁜 것도, 길이 험하다는 것도 다 알면서 보냈다는 뜻이네. 일부러 커피까치 챙겨주면서. 그런 걸... 무죄라고 하지는 않아.(124)

 

후카세가 히로사와와 함께한 장면은 다른 어떤 장면과도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기다란 선 위에 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184)

 

수업이 끝나자 그 여학생은 후카세에게 다가와 말했다.'다음부터는 싫으면 싫다고 자기 입으로 말해야지, 안 그러면 잊을 만할 때 또 같은 일을 당할 거야.'무시하자고 한 주모자보다 그 여학생을 힘껏 때려주고 싶었다.(221)

 

사람들의 관계는 일직선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까.(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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