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이, 당신에게는 달리 보일 수도 있는데, 거미줄, 그러니까 은밀하게 연결되고 비현실적으로 결합되고 이해할 수 없는 우연의 일치들로 이루어진 체계를 만들어내는 거요. 당신이 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적어도 이 우연의 일치를 공부하는 법을 배워야겠지요.(129~130)


"...왠지 모르지만, 고문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의미가 있으리라는 인상을 받아요. 왠지 알겠소? 고문은 개인의 책임이오. 상관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고들 하지만 용납할 수는 없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상관의 명령이라는 초라한 변명 뒤에 몸을 숨기고 합법적으로 발뺌하며 자신을 지키지요. 이해하겠소? 근본규범 뒤에 숨는 거요."

...

"...완벽한 해부학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모든 일을 근본규범의 이름으로 행한 거요. 일반적인 근본규범보다 더 큰 근본규범, 완벽한 규범의 이름으로 말이오. 내 말 이해하겠소?

"무슨 뜻입니까?" 피르미누가 물었다.

"하느님이오." 변호사가 대답했다. "부지런하고 너무나 치밀했던 그 고문기술자들은 하느님을 대신해서 일한 거요. 하느님으로부터 명령을 받았다는 거지요. 개념은 사실 똑같소. 나는 책임이 없다. 나는 보잘것없는 하사관일 뿐이다. 난 대위에거서 명령을 받았다. 난 장군 혹은 국가에게 명령을 받았다. 아니면 하느님에게. 하느님은 제일 거역할 수 없는 대상이죠."

...

"... 우리는 환상을 갖지 말아야 한다. 인간이 파괴 충동을 누를 수 없기 때문에 고문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174~176)


-경위님에게 애국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더 정확히 정의해 주실 수 있습니까?

-우리 문화를 전복시키는 위험한 자들과 싸우고 있다는 점을 자각했다는 의미입니다.

-문화란 무엇을 가리킵니까?

-우리 문화가 포르투갈 문화니, 포르투갈 문화를 가리키지요.

-그럼 전복시키는 자란 말은?

-아밀카르 카브랄 같은 자들의 명령에 따라 우리에게 총을 쏘는 흑인을 말합니다. 태곳적, 앙골라에 문화도 기독교도 없던 시절부터 우리 소유였던 땅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자각했습니다. 바로 우리가 그것들을 전해주었지요.(187)


한 개인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 역시 개인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요. ... 인간적인 견지에서 모든 것은 그에게로 이어지고, 각 개인은 인류의 뿌리를 이룹니다.(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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