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범성이라는 말로 뜻하려던 게 바로 그거에요. 그 사람들 행동에 심오한 의미는 하나도 없어요. 악마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고요! 남들이 무슨 일을 겪는지 상상하길 꺼리는 단순한 심리만 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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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윤리학은, 말하자면 순종하고는 완전 반대예요! 인간 각자는 입법자예요. 칸트철학에서는 어느 누구도 순종할 권리를 갖지 않아요.(85~86)


우리가 볼 수 있듯, 동조했던 사람들은 늘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행위를 옹호했어요. 그들은 늘 말했죠. "우리는 상황이 더는 악화되지 않도록 계속 그 상태에 머물렀을 뿐입니다."(94)


목숨을 부지할 줄 아는 것과 그 실행 사이에는 거대한 심연이 있어요. 알고서도 외면하고 떠난 사람과 실행에 옮긴 사람 사이에는요. ... 따라서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사람이, 구경만 하고 자리를 뜬 사람이 "우리는 모두 유죄"하고 말한다면 그건 실제로 철저히 실행한 사람들을 감싸는 게 돼요. 바로 이게 독일에서 일어났던 일이에요. 따라서 우리는 이런 죄책감을 일반화해서는 안 돼요. 그건 진짜 죄인들을 감싸는 짓일 뿐이니까요.(96)


자존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건 기본적으로 사유를 하는 거예요. 전문적인 사유가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유를 말하는 거예요.(98)


"하지만 저느 그저 관료일 뿐이었습니다"..."잘 들어요. 당신이 여기 있는 이유는 그게 아니오. 당신이 여기에 서 있는 것은 당신이 인간이고 당신이 어떤 짓들을 저질렀기 때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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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하던 일을 멈추지 않는 한 생각에 잠길 수 없어요. 당신이 누군가에게 무자비한 짓을 강요하거나 또는 그들 스스로 그런 것에 빠져들도록 방치할 경우 늘 똑같은 이야기로 귀결돼요. 그렇잖아요? 당신은 책임에 대한 인식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번번이 알게 될 거예요. 그런 인식은 어떤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서 숙고하는 순간에만 발전할 수 있어요.(100~101)


우리는 나라 안에 많은 공공 영역이 필요해요. 우리가 투표용지를 맡기는 투표 부스는 의심할 여지 없이 지나치게 작아요. 이 부스는 딱 한 사람을 위한 공간이니까요. 정당은 철저히 부적합해요. 거기서 우리 대다수는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유권자나 다름없어요. 그런데 우리 중 열 명만 테이블에 둘러앉는다면, 각자가 의견을 표명하고 남들 의견을 듣는다면 합리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어요. 그 자리에서는, 바로 상위 단계에 있는 평의회 앞에서 우리 관점을 대표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우리 중 누구인지가 명확해질 것이고, 상위 단계 평의회에서 우리의 관점은 다른 관점들의 영향을 거치면서 명확해지거나 수정되거나 잘못된 것으로 판명될 거예요.(158)


사람들은 두려워해요.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해요. 그게 개인의 주요한 동기 중 하나예요.(174)


사유한다는 말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은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예요. ... 사유하다가 일어나는 모든 일은, 거기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건 비판적으로 검토할 대상이 돼요. 즉, 사유 자체가 그토록 위험한 일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위험천만한 사유란 존재하지 않아요. 이걸 어떻게 확신하느냐면...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생각거든요. 사유가 위험하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나는 사유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할래요.(17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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