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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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나쓰메 소세키 

 

먼저 현암사판 <도련님>의 해설을 맡은 소설가 백가흠의 글 일부를 적어 보겠다. 

 

"도련님은 외롭다. 정직하기 때문에, 솔직하기 때문에, 관대하기 때문에, 순응하기 때문에

외롭다. 도련님은 세상에서 손해보고, 비난받고, 무시당하고, 빼앗기면서도 관대하다. 슬픈

일이면서도 망가진 세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여전히 그의 소설 <도련님>이 유

효한 까닭은 백 년이 지났어도 그 방식이 촌스럽지 않다는 것, 세상이 변하고 변했지만, 그

안의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가흠의 <도련님>에 대한 해석 모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글에서 드러난 

<도련님>에 대한 견해만큼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도련님의 순진할 정도의 솔직함, 인간성,

순수함은 도련님 인생의 난관이 되어 그의 인생을 힘들게 만든다. 바로 이점, 우리가 흔히

미덕이라고 정의하는 덕목들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이것이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학교의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

에게 가르치고, 삶에서 이렇게 살라고 강요하는 덕목들이 실제 인생에서 쉽게 통용되지 않으

며, 그것만 믿고 거기에 따라 살아간다면 인생이 힘들어진다는 '윤리적 이상과 실제 현실과의

리'를 나쓰메 소세키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나쁜 것은 나쁘다고,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할 수 없는 세상, 그렇게 얘기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고

배척하는 세상, '좋은 게 좋은거지.'하고 슬쩍 넘어가며 조용히 모르는 척 하고 살아가는 것을

권장하고 심지어 강요하기까지 하는 세상의 모습을 소세키는 순진할 정도로 순수한 도련님의

삶을 통해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세상 사람들은 나빠지는 일을 장려하고 있는 것 같다. 나빠지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간혹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들을 보면 도련님이라는 등 애송이

라는 등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p.76) 

 

소세키가 그려낸 세상의 모습들이 어떻든 우리가 현실을 살아가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설처럼 고정된 세상에서 고정된 채로 시간의 흐름을 흘러다니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 나이가 든다는 과정은 단순히 시간의 경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 사회에 적응해서 살아간다는 말이자, 솔직하기 는 능청스럽게 거짓말도 하고 위선도 떨게 만드는 능력이 성장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쉬쉬하고 조용히 넘어가는 생활태도를 자연스럽게 몸에 익힌다는 사실과 다름없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시간이 쌓이고 쌓일수록 도련님처럼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때때로 위선적인 삶을 견딜 수 없을 순간이 찾아오기도 할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의 비애가 몸속에 차오르고 차올라서 견딜 수 없는 한계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우연히 <도련님>을 펼칠수도 있다.  그때 해학적으로 그려진, 우리와 다른 도련님의 삶의 모습은 우리를 위로하고, 우리 몸속에 차오른 삶의 비애를 진정시켜 줄 것이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에 세상에 나와서 만들어진 <도련님>의 이 현실적인 유효성은, 도련님이 소설 속 세상에서는 무익했을 지라도 현실에서는 유익하다는 소설의 아이러니한 진실성을 보여준다. 그게 소설의 유용성 아닐까. 그것이 소세키가 바랐던 것이 아닐까.

 

"한 것은 한 것이고 안 한 것은 분명히 안 한 것이다."(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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