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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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호메로스 

 

1. 

책을 다 읽고 나서 떠오른 건 카이사르의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는 너무나 유명한

말이었다. 이 말을, 책을 읽고 나서의 내 감정에 따라 바꿔봤다. '펼쳤노라, 읽었노라, 덮었

노라'로. 진짜 이런 말을 만들 정도로 <일리아스>를 읽고 나서 내 마음은 뿌듯함으로 가득

했다. 언제나 생각만 해왔던, 현대 유럽 문학의 시원이자 고대 그리스 문학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 중 한편을 읽었다는 사실 때문에. 무수히 많은 등장인물들

과 고대 그리스의 신들이 얽히고섥혀 만들어내는 무수한 이야기들의 집합체이자, 9년동안의

일들을 며칠 동안의 일을 통해 그려내는 시간의 압축체이자, 고대 그리스의 문화와 문명

예술과 종교가 뭉쳐 만든 응집체이자, 600페이지를 넘어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운문의 영웅

서사시인 이 책을 읽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2. 

나는 누군가 강요해서, 내 삶에 실용적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읽은 게 아니다.

단지 읽고 싶고, 읽는 것이 좋다고 나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에 읽게 됐다. 읽었다고 누가

나에게 칭찬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왜 그런 책을 읽냐고 구박이라도 받지 않으면 다행

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의 가치를, 읽지 않은 사람이 알 수 없는 읽은 사람만이 혼자서

느끼고 자신 안에 담아내는 것에 있다고 한다면, 이 책은 충분히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수량

으로 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위한 가치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만 놀라운

힘을 가지는 주관적인 가치를. 나는 그 주관적 가치를 결코 잊지 않고 간직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다음의 <오뒷세이아> 읽기에 가져가서, 지금과는 다른 그 순간의 가치를 만들 것

이다. 

 

*이 책을 읽는 데 강대진이 쓴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라는 책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그 책의 도움이 없었다면, <일리아스>를 읽는 데 엄청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다 못읽고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이 어떤 구성으로 되어

있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읽을 생각인 <오뒷세이아>도 마찬가지로 강대진의 <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를 읽고나서 읽을 생각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고전들의 원전을 꾸준히 번역하고 있는 천병희 씨의 행보에 경이로움을

표하며, 고맙다고 애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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