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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습속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시간의 습속-마쓰모토 세이초
<시간의 습속>은 잔혹하거나 끔직하거나 기발하거나 뭔가 이상한 느낌의 양념이 전혀 없는
추리 소설이었습니다. 또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마쓰토모 세이초의 소
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회 비판적인 요소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죽음의 수수
께끼를 밝히는 형사들의 진득한 땀냄새와 꿋꿋함이 가득찬 담백한 추리 소설이었습니다. '한
사람을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 알아낸다'는 추리소설의 본질로만 가득하고 명탐정의 매력이나
특성, 이야기의 힘, 소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에 침식되지 않는 추리소설을 만난다는 것이 작
금의 현실에서 드문 일인걸 생각해볼때, 이 소설은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양념 가득하
고 자극적인 맛만 가득한 음식만 잔뜩 먹다가 갑자기 양념이 거의 없어서 자극적인 맛을 느낄
수 없는 음식을 먹은 느낌이랄까? 재미있는 사실은 자극적인 음식만 먹다보니 밍숭맹숭한 맛
이 매력적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자극적인 것들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고, 더 추리소설 같
았거든요. 다시 이런 맛을 가진 추리 소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밍숭맹숭한 맛
때문에 최근에 나온 어떤 추리소설보다 특색 있었거든요. 물론 그런 추리 소설을 만나기는 힘
들겠죠. 시대가 더욱 더 자극적이고 강한 것을 원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가능성 없는
희망을 마음 속에 품어볼 겁니다. '가능성 없음' 때문에 실제로 희망이 현실화되었을 때 더욱
더 좋았다는 느낌이 커지거든요. 그러니 저는 불을 들고 외쳐보렵니다. '어딘가에 인간적이고
순수한 추리 소설 더 없나요?'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