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프랑스식 서재 - 김남주 번역 에세이
김남주 지음 / 이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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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프랑스식 서재-김남주

번역가는 두 세계의 교차로에 서 있다. 하나는 자신이 지금까지 쭉 살아왔고 경험했고 앞으로도 살면서 경험해야 하는 세계이고, 또 하나는 살아온 세계와는 다른 낯선 세계이다. 이 두 세계의 교차로에 서서 번역가는 두 세계의 마주침과 뒤섞임과 혼합을 온전히 겪어내며 그 결과물로서 두 세계가 섞인 번역물을 완성하게 된다. 그때의 번역물은 오로지 한 세계에서만 살았을 경우 가지게 되는 익숙함이라는 틀을 깨버린 결과이자, 익숙함을 희생하고 불안과 혼란스러움과의 투쟁 끝에 태어난 번역가의 창조물이다.

 

하지만 이 창조물은 안타깝게도 완벽할 수 없다. 한 세계를 다른 세계로 완벽히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한 세계를 품고 있는 언어를 다른 세계의 언어로 변화시키는 것 또한 그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번역가는 ‘완벽한 변화’라는 불가능한 꿈을 좇으며 꾸준히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실패라는 운명을 안고갈 수밖에 없는 번역가의 삶이란 지속적인 실패로 점철되어 있다. 

 

여기서 섣불리 번역가의 실패를 인생의 실패와 연결하지 말자. 오히려 번역가의 실패가 ‘번역’이라는 영역에서 언제나 벌어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실패란 삶의 다른 이름이자 ‘완벽한 번역’이라는 꿈을 향한 사투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실패는 낯선 문화적 산물을 번역가의 문화권에 편입시킴으로서, 번역가의 문화권을 더욱 풍요롭게 충만하게 만들고, 번역가의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낯선 문화라는 선물을 주면서 그들 또한 풍요롭고 충만하게 만든다. 이 풍요로움과 충만함 속에서 번역가의 실패는 ‘문화적 성공’으로 변화한다. 번역가의 삶은 문화적 성공을 향햐여 나아가는 실패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번역가는 결국 성공하기 위해 실패하는 존재들이다. 아니 실패를 통해서 성공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에게 실패는 성공의 다른 이름이다. 

 

<나의 프랑스식 서재>는 꾸준히 성공을 위한 실패를 겪어온 한 번역자의 노고의 흔적이 아로새겨진 책이다. 주로 프랑스 문학을 한국어로 번역해온 번역가 김남주가 번역을 하다 흘러나온 ‘옮긴이의 말’을 담아놓은 이 책은, 한 작품의 문학적 성취도나 문학적인 분석보다는 번역가 자신이 한 작품과 오롯이 마주하며 겪어낸 삶의 결들을 풀어내고 있다. 그건 문학을 삶으로 품어낸 자의 발자취이자, 문화의 뒤섞임과 마주침과 혼합이라는 혼돈의 영역을 묵묵히 걸어온 자가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애정을 풀어낸 자리였다. 하여 나는 읽으면 읽을수록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저자에 대해 고개가 숙여졌다. 그녀의 문학에 대한 애정, 번역에 대한 애정, 번역을 위한 고투를 느끼면서 어설프게 문학을 읽어온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그녀가 번역한 책들로 고개를 돌려서 읽어보려고 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기에. 번역에서 흘러나온 글이 다시 독서로 이끄는 경험을 하며 나는 외쳐본다. 번역은 위대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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