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처럼 비웃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5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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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처럼 비웃는 것-미쓰다 신조

-잘린 머리를 들고 불길한 이야기를 하던 미쓰다 신조가 돌아왔다. 일본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민속학적인 호러와 본격 미스터리를 결합한 소설을 쓰는 이 독특하면서도 불길한 작가는,

이번에는 잘린머리 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하고 강력한 공포를 뿜어내는 산마와 함께 우리

곁으로 달려와 웃으며 질문한다. '당신은 저 너머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교고쿠 나츠히코가 저 너머로 넘어가는 듯 보이면서도 넘어가지 않고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고,

불쾌한 진실과 인간이 파악하기 힘든 이질감을 드러내는 데 주력한다면, 미쓰다 신조는 저 너머의

존재를 폐쇄적이고 불길한 전통이 살아있는 고장으로 불러내어 그것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력한

다. 그가 보여주는 세상은 본격 미스터리의의 힘이 살아있는 일본적인 괴담에 가까워 보인다.

추리소설이 서양의 합리주의 전통 안에서 이성을 통한 분석을 바탕으로 해서 세상의 모든 일들을

파악할 수 있다고 외치는 지극히 서양적인 모던한 문학 장르라는 점을 감안해 볼때, 미쓰다 신조는

그런 주류적인 추리 소설의 틀을 벗어나 이성으로는 세상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다고 외친다.

과거의 비합리적인 전통이 생생히 살아있는 폐쇄된 고장의 괴이한 사건을 보여주며, 그는 인간 이

성이 파악할 수 없는 저 너머의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에게 속삭이고, 저 너머로 우리를

이끈다. 우리는 그를 통해 잠시나마 저 너머의 것들을 추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것을 체험하

고 나면 비로소 우리는 하나의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머의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존재인가? 산마란 무엇인가?

왜 작가는 우리에게 산마를 보여주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책을 읽은 각자가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을 인간의 의지만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인간

의 오만이다. 그렇다고 안이하게 불가해한 현상을 불가해한 현상으로서만 받아

들이는 것은 인간으로서 너무나도 한심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등뒤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뒤에 무엇이 있나?

무섭고 너무나 겁이 났지만, 용기를 내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것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진짜 웃음일까, 아니면 비웃음일까? 

나는 그 미소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그것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나에게 저 너머로 넘어가자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미쓰다 신조나 도조 겐야라면

따라가련만, 나는 불쌍하고 가련하고 겁많은 인간이라서 초대를 거절했다. 그리고

나는 이 세상에 남아 여기 이렇게 앉아있다.

(물론 이건 나만의 공상이다.^^)

 

'겐야는 자꾸만 뒤가 신경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뭔가가 뒤를 밟고 있는 듯한, 잘못하면 그것에 씔 것만 같은 그런 공포가 생생하

게 느껴졌다. '역시 여기는 들어가서는 안 되는 산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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