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겨져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도영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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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져-미야베 미유키

묘하네요, 정말 묘하네요. 기발한 이별이야기에 뒤이어 읽은 게 초자연 현상에 바탕을 둔
괴담스런 분위기를 풍기지만 단순한 괴담만은 아닌 사람의 이야기라니... 저 자신의 독서
취향을 저 자신도 종잡을 수 없네요. 그래도 그게 저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렵니다. 세상 누구도 이런 저를 이해할 수 없은 상태에서 저 자신도 저를 이해할 수
없다면 저 자신이 너무 불쌍하니, 그냥 넘어가는 게 좋겠군요.(역시 이게 무슨 말인지
저 자신도 알 수가 없군요.^^)
그래도 제 자신의 취향을 알 수 있는 건 이 작품이 미미 여사의 작품이라는 사실. 작가
이름이 미야베 미유키라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이 작품은 이미 저한테 읽기가 예약된 것이나
마찬가지랍니다. 이렇게 일군의 작가들을 거의 충성맹세하는 식으로 읽어나가고 있는데,
특히나 미미여사는 저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의 취향이 있기에,
저의 이런 생각과 다른 분도 계시겠지만, 그건 뭐 개인의 특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고요,
저한테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은 재미없는 작품을 안겨주지 않는 작가랍니다. 그건 아마도
책에 있어서만큼은 날카롭거나 비판적이기 보다는 향유하고 즐기려 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려는 저 자신의 의지가 큰 역할을 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글솜씨가
뛰어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는 그냥 그녀의 글로서 만들어진 이야기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녀가 만든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뿐입니다.그것은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의 갈등이 빚어낸 양상들을 때로는 무섭게,때로는 가슴 아프게,대로는
즐겁게 그려나가며 인간의 모순적이고 총체적인 모습들을 다양하게 형상화하는 그녀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제가 기쁨을 느낀다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 책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읽어 나갔습니다. 초자연적인 사건들을 이야기의 저변에 깔고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그리고 있는 단편집인 <홀로 남겨져>는 그녀의 주 활동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추리 소설에 속하기 보다는 초자연 현상을 통해서 인간들의 내면을 바라보는
심리소설들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이 책이 에도 시대라는 비과학의 시대를
배경으로 시대와 불화한 인간들의 모습과 그 갈등의 양상을 괴담으로서 형상화한 <괴이>라는
공포 소설과 그녀의 다른 추리 소설들과의 경계에 위치했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요, 미미여사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초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이라는 점에서 이말은 맞아들어
갑니다. 그녀가 아무리 무섭고,섬뜩하며,환상적인 이야기를 써나간다고 해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그 초자연현상들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감정입니다. 시간을 거슬러서 살아남은 인간의
복수심, 남에 대한 배려와 이해 없이 오직 자신의 생각만을 관철시키려는 이기심, 자신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인간이 느끼는 죄책감, 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일으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왜곡되어버린 인간의 탐욕,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 그리움을 가득 품고 있는 사랑까지.
그녀가 이야기의 형태로서 드러내기 전까지 그저 그런 무채색의 감정 덩어리에
불과했던 이 감정들은 그녀가 만든 이야기 속에서 인간과 만나며, 한 사회의 모습과 상호작용하며,
초자연적인 사건들과 엉키며, 이야기의 흐름에 흘러들어 이야기 속을 도도히 흘러가면서 자신만의 색깔로 빛을 내며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을 물들입니다. 우리가 그냥 그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그 빛깔을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재미라는 선물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야베 미유키가
만든 이야기의 흐름은 충분히 그럴 힘이 있는 것이죠. 저도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흘러 가다
재미를 느낀 것이죠.
어쨌든 때로는 아릿하게,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슬퍼하며 읽다보니 미야베 미유키가 만든 이야기의 흐름 속을 흘러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서글퍼집니다. 역자는 이 작품을 읽다가 인간들의 모습이
무섭다고 했는데, 제가 보기에 이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섭다기 보다는 정말 서글픔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자신들을 지배하는 감정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거기에 휩쓸려 들어가는
모습이 너무 슬퍼보이더군요. 인간은 진짜 그렇게 자기 자신의 감정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래도 미미 여사께서 마지막 이야기를 통해서는 한줄기 희망을 선사해주더군요.
저는 그 한줄기 희망에 의지해서 살아볼랍니다.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 세상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그 기대감에 의지해서 말입니다.

*이 책에서 처음 이야기인 <홀로 남겨져>는 읽다보니 너무 서글퍼지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오직 한 사람만이>는 아릿함을 선사하더군요. 서글픔과 아릿함. 아마도 이 책의 독서는 그 두 감정 사이를 왔다갔다하지 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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