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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자앙 시선 ㅣ 지만지 고전선집 490
진자앙 지음, 송용준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진자앙 시선-진자앙
점점 멀어져 가는 청운의 꿈, 실현될 가망조차 없는 이상, 무절제와 비리와 폭력,살인,비방과
고발,무능력한 통치와 흉계가 판치는 측천무후 시절의 당나라 조정, 능력있고 재능있으며
절개있는 이들이 견디지 못하고 조정에서 떨어져 나가는 현실. 눈 앞에 보이는 이 모든
상황앞에서 정치 개혁의 청운의 꿈을 안고 젊은 나이에 조정에 출사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측천무후에게 무시당했던 절개있는 정치가이자 문인인 진자앙은
울분과 의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의 그런 의기와 울분은 그가 진나라 이후로
당나라 초기에서까지 이어진 형식적 아름다움에 치중한 시가 한,위 시기의 풍골 가득한 시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모습에서 여지없이 드러나는데요, 그는 자신의 주장을
자신이 쓴 시로서 실현합니다. 형식과 미학에 치중하고, 현실과 사회에 눈을 돌린 아름다운 시가
아니라 사회의 진실한 모습을 표현하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호기롭고, 의기있는
시를 쓰면서 그는 위정자의 폭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무후 시절의 폭력적이며 무능력한 정치가
지배하는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아~~ 꿈도 있고,능력도 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도 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는 모습을 봐야 하는 한 인물의 안타까움,울분,고통,의기,슬픔....
그 감정의 덩어리가 천년의 세월을 넘어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저같은 이에게까지 전해질
정도로 진자앙의 시는 날카로운 비수와 같았습니다. 그가 가장 힘든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가
아니라 무엇이든 해봐도 더욱 더 나빠져만 가는 현실이었겠죠. 그 현실 앞에서 시의 아름다움이나
형식은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는 그저 좌절한 자신의 꿈을 시에 의탁해서 드러냈을 따름
입니다. 하지만 시를 써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현실을 표현하는 것도 위정자들은 못마땅했나
봅니다. 그래서 무후를 따라 세상을 지배하던 무씨 세력은 흉계를 써서 진자앙을 옥사시킵니다.
누구보다 화려하고, 용기있고, 의기로우며 아름다울 수 있었던 진자앙이라는 꽃은 그렇게 꽃을
피우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져갔습니다. 천년 전의 씁쓸한 현실. 하지만 지금도 되풀이돼서 더욱 더
씁쓸해지는 현실. 저는 그런 현실 앞에서 그저 진자앙이라는 꽃이 남긴 향기를 조용히 들이마실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