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미궁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3-1.책담화: 물의 미궁=꿈의 마궁
이것은 꿈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남자가 있었다. 열심히 살아가던 그는 어느날부터 망상에 가까운 거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 남자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진짜로 노력했다는 데 있다.  바로 여기서 이 책의 모든 일이 시작된다.
망상에 가까운 거대한 꿈이라는 건, 실현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실현하기가 아주,아주,아주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남자의 힘겨운 행보. 그러나 그 남자의 꿈은 너무 거대했기에,
그 남자는 꿈을 꾸다가 꿈에 사로잡혀 꿈의 포로가 되어버린다.
꿈 속에 갇힌 남자의 처절한 몸부림. 꿈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꿈에 사로잡힌 상태의 삶을 이어가던 그는 어느날 불운과 우연이 겹치며 최후를 맞는다.

여기까지가 도입부다. 책의 몇페이지를 차지하지 않는 듯 보이는 이 부분. 그러나 <물의 미궁>은 이 도입부가 엄청나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왜냐하면 뒷부분은 이 앞부분의 내용에서 파생되는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숨을 잡아먹고도, 꿈은 너무나도 거대했기에 계속 살아남았고,살아남은 꿈은 다른 이들을 자신의 포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노력은 성과를 달성해 다른 이들을 자신의 노예로 만든다.
책의 도입부를 넘어선 본격적인 내용은 이 과정을 담고 있다. 거대한 꿈이 한 남자를 죽이고도, 악착같이 살아남아 다른 이들을 자신의 노예로 삼는 과정이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도입부의 남자가 죽고 3년 뒤에 벌어지는 정체불명의 협박자가 벌이는 협박과 의문의 죽음과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고가와 후카자와의 활약,그들이 밝혀낸 진실은 모두 꿈에게 사로잡혀가는 인간들의 모습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한 남자의 거대한 꿈은 실현된다. 꿈이 실현되는 순간, 꿈은 상상에 불과했던 자신이 실체화하는 것을 보고 만족하고, 그제서야 포로들을 놓아준다. 꿈이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기에 드디어 책은 끝을 맺는다.
 

작가는 이 과정을 하나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꾸미기 위해 노력한다. 거대한 꿈을 꾸는 남자가 남긴 꿈의 유산이 남은 이들에게 넘어가 꿈이 실현되는 과정을 추리 소설적 내용을 담은 감동극으로 그리려 했다.
 

그러나 최소한 내게 이 소설은 꿈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공포극에 가까웠다.
책 속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한 남자가 남긴 꿈을 좇고, 그러다가 꿈에 사로잡혀, 오로지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그러다가 꿈을 실현시킨다는 건, 꿈이 얼마나 무서운 괴물인지, 꿈이 삶을 지배하고, 인생을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게 만들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그건, 그리스 신화 속의 테세우스가 괴물을 퇴치하기 전의 미노타우르스의 미궁을 연상시켰다.
복잡하게 얽힌 길을 희생자가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괴물을 만나게 되는, 그렇게 희생자를 잡아먹는 소머리의 괴물이 있는 그 미궁을.
소설 속에 테세우스 같은 영웅은 없었다. 있는 건 오직 꿈이라는 괴물뿐. 책 속 등장인물은 그렇게 차례차례 그 괴물에게 잡아먹힌다.
 

희생자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나는 책의 제목을 내 식대로 바꿔봤다.
수족관 배경의 물의 미궁을,꿈이라는 괴물이 지배하는 꿈의 마궁 이라는 제목으로.
 

*꿈을 쫓다는 틀린 표현. 꿈을 좇다가 맞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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