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분 1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2009년 '뉴햄프셔 플럼상' 수상작인 『19분』. 실제 있었던 고교 총기 사건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가는 총기 사건을 기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많은 사람들이 피터를 기억할 때 떠올릴 19분 동안의 피터가 아니라 나머지 9백만 분의 시간을 산 피터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두 권짜리입니다. 저는 아직 두 권을 다 읽지 못한 상황에서 1권에 대한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괴물을 만드는 방법

 

괴물을 만드는 방법을 한번 알아보자.

 

대상. 먼저 괴물이 될 대상이 있어야 한다. 가급적이면 내성적이고, 마음이 약하고,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소심하고 소극적인 아이면 좋다.

얼굴이 잘 생기거나 예쁘지 않고, 발육상태도 좋지 않고, 키도 크지 않고, 운동도 못하고, 공부도 못하는 아이라면 더욱 좋다.

이 정도의 자격을 가진 아이라면, 모르긴 몰라도 또래 집단에서 왕따를 당할 확률이 높다.

아니, 유치원 시절부터 왕따 당해서 왕따 자체가 생활이 된 인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벌레보듯 처다보는 인물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정도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괴물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안 된다. 진짜 괴물이 되려면 이것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가족. 형제가 있으면 좋다. 그것도 자기보다 훨씬 뛰어난 형이 있으면 더 좋다.

그 형이 왕따 동생을 무시하는 데 앞장선다면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형은 자신이 동생과 다른 인물이라는 점을 다른 모든 이들에게 과시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형은 동생을 수렁 속으로 몰아넣는데 앞장선다. 

당연하게도,  형은 동생보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부모에게나 다른 친구들에게나 모두 인정받는 인물이다.

 

부모도 중요하다. 어머니는 형과 동생 모두 진정으로 사랑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형과 동생을 똑같이 취급한다.

힘도 약하고, 운동도 못하는 동생이 친구들에게 괴롭힘당하자 어머니는 동생에게 저항하라고 쉽게 말한다.

동생은 그 말을 믿고 저항 하지만, 저항은 부질없이 짓밟히고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심한 괴롭힘을 당한다.

그것도 모자라 어머니는 동생에게 형처럼 축구부에 들라고 강요한다.

잘 하지도 못하고, 재미도 없지만 어머니의 권유로 들어간 축구부.

그러나 동생은 그 축구부에서 만년 후보에다 힘 센 아이들에게 계속 괴롭힘을 당한다.

당하고 당하고 당하고 당하고...

어머니는 동생을 너무 사랑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동생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도 중요하다. 경제학자로 대학교수인 아버지는 어머니 만큼은 자식에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총기 사용과 사냥에 대해 가르치며 자식들과 일체감을 유지하려 한다.

피를 무서워해서 사냥도 하지 않고, 총 근처에 가지 않으려 했던 형 대신 동생은 아버지에게 총에 대해 배우고 사냥도 한다.

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이것을 잊지 말자.

괴물은 자신의 쌓이고 쌓인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총이라는 도구를 얻었다. 그것도 아버지에게서.

 

여기까지는 기본 베이스다. 시간이 흘러 이 가족의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그렇게 믿고 의지하던 형이 술 취한 운전자의 차에 치여 죽은 것이다.

부모는 절망한다. 그리고 망가져서 괴물이 되어가던 동생에게 신경쓰지 않는다.

괴물의 탄생은 이렇듯 가족적 환경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 가족은 가망 없는 수렁에 빠져 있었어요. 그 아이는 화약통이나 다름없었고요.

부모들은 각자의 슬픔을 감당하느라 그 애한테 소홀했던 거예요.

피터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고요.'

 

사회문화적 환경. 작은 마을이 좋다.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한 가지 행동을 하면 순식간에 퍼져 버리는 그런 작은 마을.

이런 마을에서 어릴 때부터 왕따가 되면 중,고등학교까지 쭉 왕따가 될 확률이 높다.

잊지 말자. 괴물이 될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또래 집단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 정도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괴물을 만들려면 사회적으로 경쟁을 장려하고, 경쟁에서 뒤쳐지는 존재를 가차없이 비웃고 무시하는 풍토가 있어야 한다.

우위에 서 있거나 자신이 정상이라고 여겨진다면 비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존재들을 짓밟고

자신의 위치에 올라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쟁 지상주의적 풍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존재들의 내면에 엄청난 불만과 분노가 쌓일 것이다.

 

총에 관련된 문제도 있다. 사회적으로 총기의 자유를 허용하고, 총기 소유에 제한을 두지 않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이런 사회적 배경을 지역이라면 분노한 인간이 총을 가지고 괴물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

'아무 이유도 없이 괴물이 자라지는 않는다. 누가 그렇게 몰아가지 않는 한 주부가 살인자로 변할 리도 없다.

... 피터의 경우에는 스털링 고등학교 전체였다.

약자를 괴롭히는 애들이 걷어차고 놀리고 주먹으로 때리고 꼬집었다.

그 모든 행동들이 피터가 속한 곳의 누군가에게 반격을 하도록 피터를 몰고 간 것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괴물이라는 폭탄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러나 아직 괴물이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남았다.

그건 바로 괴물이라는 폭탄을 점화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괴물이라는 폭탄이 점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괴물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어린 시절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괴물의 단짝친구로, 어릴 때는 괴물이 괴롭힘 당하면 괴물을 도와주고,

왕따당해도 같이 어울리며 괴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그 친구는 괴물이 계속 주류에 끼지 못하자 괴물을 버리고 주류에 편입된다.

그 친구는 이제 다른 이들처럼 괴물을 무시하고, 상대조차 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괴물이 그 친구를 같이 무시하고 상대하지 않으려 하던 순간에는 문제없다.

 

문제는 그 친구가 괴물을 찾아오면서 부터 생긴다. 그 친구는 괴물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한다.

그리고는 이용가치가 사라지자 다시 무시한다.

평상심을 가진 채 지내던 괴물의 마음은 요동치고, 괴물과 그 친구의 인연은 다시 시작된다.

사랑에 고민하던 그 친구에게 괴물은 지속적으로 접근하며 인연을 이어간다.

그렇게 접근하다 그 친구를 사랑하게 된 괴물.(그 친구는 여자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괴물의 사랑이 성공할리는 없다.

결국 괴물은 사랑에서 실패하고, 괴물이 되는 것을 선택한다.

*이 부분은 아직 완벽하게 나오지 않았다. 아마 2권에서 나올 것이다.

 

자, 이제 괴물이라는 폭탄이 완성되었다.

 

괴물, 폭발하다.

 

19분이면, 당신은 앞뜰의 잔디를 깎고, 머리를 염색하고, 하키 경기 3분의 1을 관람할 수 있다.

19분이면, 당신은 ... 치과에서 이를 하나 넣거나 다섯 식구의 빨래를 갤 수 있다.

19분이면, 당신은 세상을 멈추게 하거나, 세상에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

19분이면, 당신은 복수를 당할 수 있다.

 

그렇다. 19분은 범죄를 저지르기 충분한 시간이다.

19분이면 괴물이 학교에 쳐들어가 총기를 난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19분이면 10명이상이 죽고 수십명이 부상당하고 수백명이 무서워서 숨거나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이다.

19분이면 학교가 아비규환의 현장이 되어, 지옥도가 펼쳐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19분이면 마을 전체가 공포에 빠지고, 국가가 경악할 만한 사건이 벌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이것도 아는가?

그 괴물의 19분 이전에 괴물이 태어나기까지의 9백만 분의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 시간이 19분동안의 괴물의 폭발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되돌릴 수 없는 19분. 우리는 그 시간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내용은 2권으로 이어진다.

*1권의 경우, 감상보다는 내용을 적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식의 글을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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