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웃음판 - 한시로 읽는 사계절의 시정
정민 지음, 김점선 그림 / 사계절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정민 (지은이) | 김점선(그림) | 사계절출판사 | 260p

 

1.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간다는 건 먹고 살기 위해서 쉼없이 달려야 함을 의미한다.

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소비 하기 위해.

우리는 일하고, 또 일하며 자신의 삶을 영위해간다.

 

하지만, 열심히 일만하다 보니 우리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상의 아름다운 풍광은 물론이고 우리 곁을 스쳐가는 사람들의 모습들,

심지어는 가족들의 미소까지 놓치기도 하는 우리들.

정신없이 일하고 나서, 피곤한 몸으로 잠을 청한 채 날이 밝아오면 다시 일터로 가야하는 그 모습들.

거기에 여유는 없다. 거기에 주변을 살필 시간은 없다. 거기에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건 낄 여지가 없다.

그게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우리의 삶이란 생존을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삶이 되어버렸다.

 

2.

<꽃들의 웃음판>은 한시의 비다.

아니 삭막한 현실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 여유라는 영양소를 주사놓은 주사기다.

그것은 여유를 잃고,단순히 생존에만 함몰되어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해지는 고아함과 풍취와 풍류, 정신적 품격과 

일상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일상 미학이 혼재된 삶의 잔치판이다. 

과거라는 시간에서 우리의 조상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 일상의 강력한 메시지는

생존과 이득으로 얼어붙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녹이며, 우리에게 삶을 살아갈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조상들이 이뤄놓은 삶의 지혜과 아름다움이 압축된 한시를 통해 우리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여유시간은 우리의 조상들과 교류하는 시간이자 그들의 삶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단순한 휴식이 아닌 지금삶의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간.

우리와 너무나 비슷하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그들을 만나서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재구성해보는 시간.

 

결국 우리는 그 시간을 지나쳐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돌아갔을 때, 꽃들의 웃음판을 거쳐갔을 때, 우리는 미약하나마 주변을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주변을 둘러보면 그 순간 꽃들은 웃을 것이고, 우리의 얼굴에도 웃음이 지어질 것이다.

그래, 그것만으로도 된 것이다.

그 짧은 순간의 여유가 우리 자신을 위한 또 다른 방식의 치유와 회복일테니까.

 

'백년도 잠깐이요 쳔년이라도 꿈이라건만

여름날 하루해가 그리도 길더구나

인생은 유유히 살자 바쁠 것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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