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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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지은이) | 정영목 (옮긴이) | 청미래 | 214p

 

공항이라는 거대한 고래는 알랭 드 보통이라는 피노키오를 삼겼다.

거짓말 대신 일상의 철학적 재구성을 마구해대며,

코가 길어지는 형벌 대신 독자들의 뇌 속 뉴런의 활동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행복한 형벌을 가하는

이 피노키오는 공항이라는 고래의 구석구석을 뒤지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곳을 거쳐가는 사람들과 그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과

그곳에 남겨진 인간들의 흔적들과 그곳 자체의 모습을

생생하고,내밀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떠남과 도착함의 교차, 그 경계의 혼돈을 관찰해서 특유의 관점과 언어로 복원해가는

보통의 이 세밀한 작업은 자본과 예술의 행복한 동거이자

자본에 대한 철학과 비판적 지성의 행복한 침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철학이 어떻고, 비판적 지성이 어떻고, 자본이 어떻고를 떠나

생생히 살아있는 공항의 모습과 그곳을 거쳐가는 인간들의 모습은

생명력 그 자체로서 생생한 삶의 비린내에다 보통의 문학적,철학적 향취가 더해져

아름답고, 고고한 빛을 발한다.

 

작업이 끝나는 순간, 보통이라는 피노키노는 공항이라는 고래의 바깥으로 토해져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이미 망각의 시작이리라.

하지만 그의 내면에 새겨진 욕망은 또다시 공항을 원할 것이다. 그 공간의 체취와 생명력과 욕망이 그를 부르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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