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교통경찰의 밤/히가시노 게이고/바움/280페이지

 

-책을 읽고 나서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길을 걸어가다가 옆의 도로에서 갑자기 꽝 소리가 들리며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거에요.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누군가는 다쳐서 피를 흘리고,그 사람들이 탄 자동차는 크게 파손된 상황인거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신고 먼저 해야할까요? 아니면 달려가서 사람들을 구해야 할까요?

이런 일을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저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해지네요. 웬지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굉장히 당황할 거 같아요.

어어어~~ 하며 갈팔질팡 하다가 상황을 망치는 거 아닐까요? 아유, 상상만으로도 두려워지네요. ㅎㅎㅎ

 

소설의 기능 중 하나로 이런 상황을 직접 겪지 않아도 간접적으로나마 겪게 해준다는 것을 들 수 있겠죠.

우리 대신 작가가 그런 상황을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 한 다음에 나름대로 고민해서

(분명히 심각하게 고민할 것입니다. 작가니까요^^)

자신만의 교통사고를 만들고, 거기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읽는 독자는 간편하게 작가가 만든 상황을 보면서 자기 식대로 깨달아가는 거죠.

아, 저장면에서는 저렇게 해야 겠구나, 저장면에서는 저렇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고요.

물론 직접 경험한 것보다는 효용이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아무 생각도 안 하거나

교통 사고에 대한 아무 대응도 안 되어 있는 것보다는 낫겠죠.

설사 크게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무언가는 얻어갈 수 있겠죠.

뺑소니를 하면 안 된다,불법 주차를 하지 말자,운전 중에 창밖으로 담뱃재를 털거나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 같은

기본적인 메시지들을 다시금 가슴속에 각인시키는 효과는 얻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최소한의 효과라고 생각하세요. 최대한의 효과로는 교통사고 때 가장 합리적인 대응을 할 수도 있습니다.(조금 힘들겠지만... ^^;;)

 

자, 어쨌든 소설로도 교통사고의 간접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책이 나왔고요. 모두 눈치채셨겠지만 지금 소개하려는 <교통경찰의 밤>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우리 대신 교통사고를 상상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교통사고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해준 답니다.

 

하나의 교통사고를 둘러싼 각 인간들의 대응.

즉 피해자로서 가해자로서 제3자로서 교통경찰로서 하나의 교통사건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며 어떤 결말을 이끌어내는지 히가시노 게이고가 머릿 속으로 그려낸 그림을 통해서 만날 수 있습니다.

조금은 과장될 수도,극단적이거나 엉성할 수도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답게 품고 있는 메시지는 강력하고, 때로는 반전에 깜짝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수도라는 글자에 주목해 주세요. 반드시가 아닙니다.)

 

천지개벽할 반전이나 놀라운 트릭, 박진감넘치는 액션활극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교통 법규 준수의 중요성이 가슴 속에 묵직하게 다가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연쇄살인이나 심각한 사회파 미스터리,미궁에 빠진 사건 해결이 아닌 교통사고를 둘러싼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만난다라는

측면에서 <교통경찰의 밤>은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고요.

 

기본을 강조하지만 그게 도식적이거나 강압적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하지마, 하지마'가 아니라 '누가 이렇게 하다 그렇게 되었더라.'라는 이야기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과 같이

이 책은 기본의 중요성을 추리소설이라는 형식으로 강조하는 것이죠.

 

재미도 있고, 거기다가 기본의 중요성을 새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경험이었죠.

(이 재미라는 요소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입니다.)

 

어쩌면 쉽게 이 책의 메시지를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어느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서 운전을 하거나 도로를 걸을 때

이 소설 속 내용이 어느 순간 떠오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이 소설은 그 사람에게는 성공한 것이죠.(일단 1명에게는 성공했습니다. 바로 저입니다.^^) 

 

기본의 중요성을 잃어버리고, 쉽게 기본을 어기는 이 시대에 새삼 소중한 책이라고 여겨집니다.

내가 무심코 한 행동이 남에게는 엄청난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니까요.(교통사고의 나비효과입니다.~~~~)

 

앞으로도 팬으로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들을 계속 쓰기를 바래봅니다.

 

이상 책 읽고 나서의 생각을 써 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옵션격인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제목에 대해서

교통경찰의 밤은 제목이 잘못되었다고 여겨집니다. 각 편마다 교통경찰이 나오기는 하지만 항상 그들이 주인공이라고 볼 수는 없거든요.

정확하게 여기 나오는 소설들은 교통경찰이 주라기 보다는 교통사고와 연관된 사람들이 주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교통경찰의 밤>보다는 <교통사고의 밤>이라는 제목을 강추합니다.

 

-각 단편들의 짤막한 소개

<천사의 귀>. 신비한 능력으로 교통사고를 해결해나가는 아름다운 맹인소녀의 이야기. 읽고나서 한참동안 소녀가

증명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분리대>. 여기 나오는 단편 중 가장 가슴 속에 깊이 남았습니다. 법이 반드시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법은 방황하는 칼날이고 양날의 검이며 경계를 왔다갔다 하니까요. 때로는 우리가 법의

분리대를 넘어설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위험한 초보운전>. 초보운전이라고 놀리지 마세요~~~ 어쩌면 큰코 정도가 아니라 큰 다리를 다칠지 모르니까요.

 

<불법주차>. 내가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듯이 내가 한 불법주차가 어떤 일을 벌일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단지 아무 일 없기를 바랄 뿐이죠.

 

<버리지 마세요>. 운전 중에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저는 그것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운전 중에 창 밖으로 담뱃재 털지 좀 마라~~~(반말을 써 봅니다. 존댓말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여겨져서요.)

 

<거울 속에서>. 차분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운전자. 그에게는 비밀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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