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9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송상기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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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옥타비오 파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중남미 문학의 3대 작가로 알려진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장편소설. 카를로스 푸엔테스가 쓴 환상소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소설은 아득한 먼 옛날부터 인류가 염원해 온, 영원히 죽지 않는 삶과 죽음도 뛰어넘는 사랑의 끝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소설로 부활한 아우라

 

아우라:예술 작품에서, 흉내 없는 고고한 분위기.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예술 이론에서 나온 말이다.

 

발터 벤야민은 자신의 저서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복제품이 아닌 원본이 뿜어내는

범접할 수 없는 신비하고 고고한 기운을

아우라라 말한다.

 

모사품이나 복제품이 따라갈 수 없는,

오리지널의 신비한 기운인

아우라는 그 자체로 원본을 후광처럼 감싸며

흉내낼 수 없는 원본만의 신화를 만든다.

 

그러나 책에서도 말했다시피

현대에 들어서면서 기술복제가 가능해짐에 따라서

고전적인 의미의 아우라는 사라진다.

사진과 영화같은 현대의 예술작품들은

원본과 복제품의 구분 자체가 힘들고,

원본의 아우라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순수예술이라고 부르는

분야에세도 그 영향은 이어진다.

마랄린 먼로를 대량복제한 작품을 전시한

앤디 워홀을 주축으로

이제 원본과 모조품,복제품의 구분은 사라졌다.

자본주의 사회와 기술발달이라는 사회 현상을

그대로 반영한 예술의 이러한 모습 속에서

우리는 아우라를 찾아 볼 수 없다.

 

언제나 사람들을 설레게 한 아우라는

사장되고,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중남미 3대 작가 중 하나인 푸엔테스는

그 아우라를 자신의 소설에서 부활시켰다.

 

그것도 어둡고, 음습하며,

무언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 같으며,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인간들의 욕망이 스며있는

저택에서.

 

아우라에게 반하다!!

(*이 작품은 2인칭 소설이다.

독자는 '나'가 아닌 화자가 '너'라고 지칭하는

인물의 행동과 내면을 들여다본다.)

 

너의 이름은 펠리페 몬테로다.

너는 젊은 역사학자로, 지금은 일이 없어 쉬고 있다.

빈둥거리던 어느날 너는 광고를 하나 발견한다.

젊은 역사학자를 찾는다는 그 광고는

후한 보수만큼이나 너에게 딱 맞는 것이었다.

'바로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한 광고다.'

 

너는 과거의 기억이 스며있는 구시가지를 건너서

쇠락한 저택으로 찾아간다.

어둡고,음습하고,불길하며,이 세상의 집같지 않은 그 저택에서

너는 백살이 넘은 늙은 미망인 콘수엘로를 만난다.

그녀는 너에게 자기 남편인 죽은 요렌테 장군의 원고를

정리해달라고 부탁한다.

너는 많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이 어둡고 불길한 저택에서

기거해야 한다는 조건을 보고

거절을 선택하려 한다.

 

그때, 아우라가 들어온다.

콘수엘로의 조카로 그녀를 돌보는

젊은 아우라를 보는 순간

너는 사랑에 빠진다.

 

아우라가 품고 있는 범접할 수 없는 신비함과

웬지 모를 불길함,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에

빠져서 너는 그녀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래서 너는 이 집에 남는 걸 선택한다.

남아서 그녀와 사랑하는 걸 선택한다.

 

그렇게, 너는 아우라에게 반해서

그녀에게 헤어나올 수 없게 되었다.

 

너는 아는가? 바로 그 순간이 너의 운명을

결정지었다는 사실을?

 

너는 이제 불길한 운명과 사랑의 불꽃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마라.

그건 너가 선택한 사랑의 길이자

인간 욕망의 어리석음이 저지른 신비하고, 어두운 길이니.

 

인간 욕망이 빚은 신비하고,불길한 사랑의 그림자

 

소설 곳곳에 스며있는 어두움과 불길함은

책 표지의 소개대로 이 소설을 고딕소설(공포소설)처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최소한 내게 있어 이 소설은

고딕소설이 아니었다.

 

내게 있어 이 소설은 인간 욕망의 어리석음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자

불멸의 사랑을 꿈꾸는 인간들이 부르는

어두운 마법의 주문이자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자 하는 이들이

발버둥치며 부르는 애가였다.

 

내게 있어 <아우라>는 신비한 사랑의 소설이었다.

낭만만 가득한, 사랑의 아름다움만 표현한 소설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인간들이 저지르는 어리석음이

어둡고, 신비하게 표현된 흑마술 같은 사랑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연상시키는 이 소설은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과 분위기를 품은 채

인간욕망의 어두운 현실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 현실 깊숙이 아우라가 있다.

범접할 수 없는 신비함을 풍기는 그녀가 있다.

우리는 그 신비함에 끌려 그녀에게 다가간다.

다가가서는 그녀의 가면을 벗기려 한다.

 

그리고 그녀의 가면을 벗기는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아우라가 숨기고 있는 것이 우리 욕망의 어두운 모습임을.

추악하고,어리석은 우리 마음의 어두운 괴물이 그녀였음을.

 

이 고통과 슬픔 앞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우리의 사랑과 욕망이란 이토록 어리석고 어리석음을.

 

그 신비하고 불길한 사랑의 그림자 앞에서

콘수엘로의 젊음을 향한 끝없는 열망과

몬테로의 불명의 사랑을 향한 열정은

가능성없는 하나의 부질없는 몸부림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그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끝없이 아우라를 향해 달려가고,

그 가면을 벗기려 한다.

그 행위를 통해 진실이 드러날지라도

우리는 계속 그짓을 반복할 것이다.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욕망과 사랑의

흑마술에 걸려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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