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알렉산더 페히만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책소개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상정해 사라진 책들의 서지학과 밝혀지지 않은 미시사를 써내려간 책. 풍부한 문학사 자료와 역사적 사건들을 바탕으로 사라진 책들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바벨의 도서관 안에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이 있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바벨의 도서관>.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세상 모든 책들이 머무는 그 도서관은
지금까지 모든 언어로 써온 모든 책들과
앞으로 모든 언어로 써질 모든 책들을 가지고 있다.
우주를 형상화한 이 바벨의 도서관에는
세상 모든 책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곳에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이 있으리라.

알려졌지만 전해지지 않는 작품들,
알려지지도 않고 알아낼 수도 없는 작품들,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거나
작가의 머리에 아이디어로만 존재하는 작품들,
어딘가에 있지만 우리가 찾을 수 없는 작품들,
그 사라진 책들을 모아놓은 곳을 알렉산더 페히만은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이라 명했고,
당연하게도 그곳은 우주의 일부이기에
바벨의 도서관 어딘가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실날같은 존재의 개연성만 있어도
그 책은 얼마든지 실재한다고 볼 수 있다.'

자, 이제 눈을 돌려 바벨의 도서관 어딘가에 위치한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속으로 들어가보자.

 

*알렉산더 페히만은 책에서 바벨의 도서관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주를 형상화한 바벨의 도서관을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이 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나는 이 글에서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이
바벨의 도서관 안에 있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사라진 책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생각해보자.
힘을 쏟아 열심히 쓴 책들이
자기 발로 달려서 사라질리는 없다.
그 책들이 어느날 갑자기 저절로 먼지가 되어
사라질리도 없다.
우리는 사라졌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것은 자신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사라짐은 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그 사라짐이 만든 이야기들이 모여서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을 이루니만큼
이 도서관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작가와 출판업자,작가 주변인들의 부주의로 사라진 책들,
전쟁과 정치권력의 횡포,종교의 검열 때문에 사라진 책들,
오해를 불식시키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자신의 책들과 원고들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는
작가 스스로의 강박관념 때문에 사라진 책들,
작가의 질병,사망,자살 등으로 완성되지 못한 미완의 작품들,
쓴다는 말만 해 놓고 쓰지 못한 작품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소설 속 가상의 책들과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고대와 중세의 책들,
작가의 허풍과 거짓말 속에서만 써진 책들,
눈앞에 존재하지만 풀 수 없는 암호로 기록된 문서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작가 자신을 위해서 쓴 책들.

또 사라진 책들의 이야기는 그 책을 쓴
작가들(허먼 멜빌,메리 셸리,바이런,정화...)의 기구한 인생사와
맞물리며 이야기의 깊이와 재미를 더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깨닫게 될 것이다.
이야기가 사라진 책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에 생기를 가득하게 했음을.

'도서관에 보관된 자료들은 살아 숨 쉬고
시간 속에서 움직인다.'

 

책들은 사라진것이지 죽은 것이 아니다!!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의 책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의 흔적은 남아있다.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우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들의 현존재는 사라졌지만
역사에,자료에,인간들에게 남긴 흔적들이 있기에
그들은 죽지 않고 남아 있다.

사라진 책들을 살리려는 알렉산더 페히만의 불가능한 시도
또한 그들이 살아있음을 알려준다.
그는 사라진 책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김으로서
사라진 책들을 복원하려 했다.
근데 그것이 진짜 그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었을까?

어쩌면 그것은 그의 의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가 사라진 책들을 선택한 것들이 아니고,
사라진 책들이 그를 선택한 것이다.
사라진 책들이 그를 불러서 자신들을 책속에 남김으로서
독자들 마음 속에 살아남게 한 것이다.
그는 사라진 책들에 선택당해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을
남긴 것이다.

페히만이 남긴 불씨는 이제 독자들의 마음으로 넘어왔다.
아마도 그 독자들 중에서 미래에 사라진 책들의 선택을 받아
또다른 책을 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책을 쓰지는 않더라도 사라진 책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사라진 책들의 이야기를 재미삼아 남들에게 이야기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라진 책들은 사라졌지만 자신들의 생명력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들의 생명력은 바벨의 도서관에
불이 꺼지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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