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리뷰

 

1.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코엔 형제에게 작품상을 주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난 영화의 원작을 읽고 싶었다.

 

그것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모호한 제목까지 있으니

호기심은 배가 되었다.

 

호기심에 이끌려

책을 펼친 순간

내가 본건 유혈이 낭자한 잔혹 서부극이었다.

 

2.

한 소년의 사형 집행에 참여하는 보안관 벨.

그는 그것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저기 어딘가에는 살아 있는 진정한 파괴의 예언자가 있다.

다시는 그 자와 마주치고 싶지 않다.

나는 알고 있다.

그가 진짜라는 것을.'

 

시체들이 널부러진 현장에서 우연히

돈가방을 얻는 모스.

그러나 그는 그 순간부터 시거의 추격을 받는

지옥의 레이스를 시작한다.

'인생은 매 순간이 갈림길이고 선택이지. 어느 순간 당신은 선택을 했어.'


달아나는 모스


부보안관을 죽이고 탈출한 살인마 시거.

그는 돈 가방의 행방을 찾아 모스를 추격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특별한 이유없이 살해한다.

소설 속에서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자신만의 궤변으로 살인을 꺼리낌없이 자행하는

그는 진정한 악의 화신이었다.

'이건 겨우 동전 아니냐고.

별다를 것 없는 동전일 뿐이라고.

...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물론 이건 그저 동전일 뿐이오.

그렇소, 맞소. 그저 동전. 하지만 정말 그럴까?"

(동전 던지기로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는 시거)



두려움 없는 살인마 시거

 

마을의 보안관 벨. 그는 전쟁에서

비겁하게 혼자 살아왔다는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그는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스와 시거의 뒤를 쫓는다.



시거와 대척점에 위치한

인물인 벨. 그러나 그의 힘은

미약했다.

 

쫓고 쫓기는 그들의 유혈이 낭자한

지옥의 레이스.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3.

유혈과 폭력이 가득한 이 소설은

매카시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 책이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그것도 서부의 문화적 전통을 이어받은

그는 이 책에서 그것들을

어두움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총기난사,마약,폭력,선악의 대립,

전쟁의 후유증 같은 요소들이 그려내는

미국은 그 자체로 절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롤러코스터처럼 느껴졌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라는

모호한 제목은

그런 매카시의 세계관을 토대로 살펴본다면

어렴풋이나마 윤곽을 그릴 수 있다.

 

노인.

단순히 늙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

이 단어는 사회적 약자나 폭력의 희생자,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폭력과 범죄의 순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그 안에서 언제나 위협받고 있는

평범한 사람 모두를 가리키는

광범위하고 모호한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 노인은 보호받지 못한다.

책 속에서 시거와 벨의 대립은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역동적이고 리드미컬하며 막강한 시거.

그에 비해 보안관 벨은

무력하고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벨의 좌절과 죄책감은

악의 막강함과 선의 무력함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4.

미국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었다.

매카시는 그것을 이미 제목에서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 한국은?

당연하게도 한국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이 말은 진짜 노인과

상징적 노인 모두를 포함한다.)

 

그러면 더 나아가서

세상에 노인을 위한 나라가 있는가?

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거기에 대한 대답은

이미 책 제목에 나와 있다.

 

세상 천지 어디에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으니

책을 읽으면서 각자가 해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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