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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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진정한 외톨이 로버트 네빌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다.

그러나 그 고독이라는 것이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개인마다, 주어진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들은

완벽한 고독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곁에는 누군가가 있다.

그리고 우리들은 언제나 관계망 안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여기 <나는 전설이다>의

주인공 로버트 네빌은

진짜 생생한 고독을 경험하고 있다.

 

핵 전쟁 이후 발생한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이 흡혈귀로 변해버린 상황에 처해버린

그에게 고독은 유일한 친구였다.

 

그야말로 고독만이 친구인

진정한 외톨이.

<나는 전설이다>는 이렇게 진정한 외톨이가 되어버린

로버트 네빌의 이야기이다.

 

일상의 지옥

 

아무도 없다.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존재하는 것은 그의 육신을 노리는

굼주린 흡혈귀들 뿐.

 

단지 흡혈귀만 있는 것이라면

어쩌면 생에 대한 의지로

지옥같은 일상까지는 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흡혈귀의 위협만

그를 괴롭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삶을 진정 지옥으로 만드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독과

과거의 상처였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점.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고,

누구와도 교류할 수 없다는

그 엄청난 고독이

네빌의 심신을 좀먹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과거의 상처도

그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었다.

병에 걸려 죽은 아내가 살아 있는 괴물이 되어

돌아오던 날 아내를 직접 죽인 기억.

딸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기억.

그 모든 것이 그를 괴롭히고, 얽어매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미쳐지 않고 버틸 수 있겠는가?

 

일상의 지옥 속에서 로버트 네빌은

점점 광기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영화는 미약한 전설, 소설은 진짜 전설

 

영화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묘사가 미진하다.

물론 고독한 남자의 삶이라는 주 테마가 살아있긴 하지만

고독으로 미쳐가는 한 남자의 생생한 묘사가 주인

소설에 비한다면 영화의 고독은 미약하다.

 

거기에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결말은 정말 안타깝다.

헐리우드 영화들이 종종 보여주는 자기 희생과 휴머니즘의

테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영화의 결말은

소설이 보여주는 진정한 전설을 희석시키고

미약한 결말로 마무리짓고 있다.

 

자기희생은 재난영화나 휴머니즘적인 영화들에서,

숭고하고 헌신적이게 살았던 인물들의 삶에서

볼 수 있기에 그 정도를 가지고

네빌이 전설이라고 하기에는 약하다.

 

스티븐 킹과 딘 쿤츠의 원조가 되는 공포소설가

매드슨은 이 점에서 영화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네빌은 진정한 공포, 진정한 전설이 된다.

그는 최후의 생존자이자 최초의 사탄으로서,

마지막 남은 인간이자 첫 재앙으로서,

그들에게 진정한 공포가 된다.

 

성경에 기록된 악마 사탄처럼,

인류가 처음 기록했던 신화나 전설처럼

그의 이름은 진정한 전설의 장이 되는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소설에서 ^^;; 죄송합니다.

스포일러는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이런 결말을 가지고 있는 소설을

그 정도의 결말로 마무리 짓는 것은

정녕 안쓰러운 모습이다.

 

아마도 이 소설의 매니아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빼려는 영화사의 의도가 작용 했기 때문에

그러했으리라.

그러나 그 점이 결국은 이 영화를

그저 그런 범작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영화는 소설의 정수를 빼어버린

겉만 비슷한 블록버스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좀비물의 원조 그러나 진짜 공포는 인간에게 있다!

 

이 소설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라는 좀비 영화와

바이오 해저드나 사일런트 힐 같은 게임,

스티븐 킹의 공포 소설들에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좀비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나 작품은 좀비나 흡혈귀보다는

인간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네빌이 처한 상황이고,

거기에서 공포가 나온다.

 

매드슨은 네빌이 미쳐가는 과정과

그가 처한 상황을 통해서

우리 안의 공포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전설이 되는 시점에서

사회가 우리를 바라보는 눈과

우리가 우리와 다른 이를 바라보는 시각까지

고찰한다.

 

그러니까 매드슨이 느끼는 공포는

귀신이나 유령, 흡혈귀가 아니라

우리 자신인 셈이다.

그것은 인간이 가장 공포스럽다는 말로서 이어지고

결국은 이 한마디로 말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공포는 인간 그 자신이다.

 

*<나는 전설이다>는 표제작인 <나는 전설이다>외에도 다른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소설도 수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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