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

 

신이치는 평소와 다름없이 개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강도 살인 사건으로 일가족이 살해당한 그에게

산책은 일상속에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과거의 악몽이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음을 실감나게 해 주는 행위였다.

그날도 그는 언제나처럼 공원을 돌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앞에 그것이 나타났다.

버려진 여자의 오른팔과 핸드백.

그것은 그의 악몽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악몽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1.

나는 이 책을 읽는게 꺼려졌었다.

원래 2권 이상되는 책들은 읽기 싫어하는 데다가

(어이없게도 그런 이유 때문에 토지, 태백산맥, 아리랑, 혼불,

로마인 이야기같은 책들을 읽지 못하고 있다. ^^;;)

한권한권의 두께가 만만치 않았기에

읽기를 두려워하고 미루어 두었다.

그러다가 눈 딱 감고 읽어보자 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은...

 

악이 거기 있었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즐거워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죽음의 공포 속에

몸부림치는 것을,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것을 즐겼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것 자체를 즐겼다.

그들은 살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속이고

인형처럼 쥐고 흔들다가

죽음의 나락 속에 떨어뜨리는 것을 즐겼다.

그들은 다른 인간들의 벌레처럼

뒹구는 것을 즐겼다.

그들은 악에 물들어, 

자신들이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2.

너무 어두웠다.

합쳐서 1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추리소설이 보여주는 트릭이나 추리보다는

살인자의 심리와

피해자의 아픔을 묘사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나를

아픔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렸다.

 

사방을 둘러보니 아픔이었다.

죽은 자의 아픔,

죽은 자의 가족의 아픔,

살인자의 마음이 불러 일으키는

내 마음의 아픔,

작가가 작품을 쓰면서 느꼈을 아픔.

 

이 아픔들을 통해서 미야베 미유키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아마도 미야베 미유키는...

 

피해자 가족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한건 상상력이었다.

그 혹은 그녀가 어떻게 죽었을지,

그놈들이 그 혹은 그녀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그 혹은 그녀가 죽을 때 어떤 고통을 느꼈는지

하는 상상력이 그들을 옭아매었다.

그들의 상상력 속에서

그 혹은 그녀는 살아 있었지만 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울며 아파하며 가족들을 부르고 있었다.

그들은 죽지 않고 죽음의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피해자의 가족들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죽어가고 있었다.

관심을 가지는 듯 하면서도 차별하는 시선,

당사자의 아픔을 몇 마디 말로 압축해 버리는 폭력.

무관심등에 의해서

그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3.

모방범에 관해 말하고 싶었으리라.

 

모방범이 뭐냐고?

간단하게 말해 모방범은 바로 우리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살인사건과는 관련 없을 듯 살아가는

우리가 바로 모방범이다.

 

우리는 살인사건의 피해자나 그 가족의 슬픔을 모른다.

우리는 단지 몇 마디 말로 그 아픔과 고통을

이야기하려 한다.

우리는 사건과 그들의 아픔을 술자리의 안주거리같은

흥미꺼리로 받아들이고 쉽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단 몇줄짜리 신문기사나

몇분짜리 TV기사로 보는 것에 불과함에도 

그것을 다 아는 것처럼 떠벌린다.

우리는 그들을 동정하는 듯 하면서도

우리와는 다른 존재의 낙인을 찍는다.

그리고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그것을 잊고

그 사건과 그들이 없는 것처렴 무관심해진다. 

 

살인사건은 누군가를 죽인다.

살인사건은 누군가의 가족과 관련자들의 마음을 죽인다.

그러나 살인사건만이 무언가를 죽이는 게 아니다.

 

바로 선량한 척 하는 우리가,

그 사건은 나와 관련없다고 여기는 우리가

 

그들을 또 한번 죽인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모두 모방범이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혀도

피해자 가족의 아픔은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살아나갈 뿐이다.

그들에게 아픔은 계속 현재진행형이다.

(나의 모방범 독서노트 중에서)

 

4.

이제 미야메 미유키의 조금 더 밝은

소설을 읽고 싶다.

어둠보다는 아픔보다는

밝음을 보고 싶다.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혀드립니다.

*모방범 2,3권의 포스터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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