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합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

1.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다.

자신의 마음 깊숙이 감춰진 비밀들은

다른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다.

비밀을 이야기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비밀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소설 비밀은 책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비밀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도록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우리에게 속삭이는 비밀은 무엇일까?

 

2.

'인간의 예감, 그것만큼 믿을 수 없는 것이

또 어디 있는가?'

 

헌신적이고 사랑스런 아내.

착하고 예쁜 딸.

 

그 모든 것을 가진

행복한 남자 헤이스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그의 행복은 한순간의 사고로

물거품같이 사라진다.

 

버스를 타고가던 아내와 딸이

버스와 함께 절벽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갑자기 들이닥친 사고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헤이스케.

 

아내와 딸 모두 혼수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헤이스케는 세상의 밑바닥까지 내려간다.

 

시간이 흘러 아내를 읽고.

딸마저 죽음의 문턱을 오르내리던 순간

헤이스케의 딸은

기적적으로 눈을 뜬다.

 

그런데, 눈을 뜬 딸은

예전의 딸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잃고

어머니의 영혼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어머니의 영혼을 간직한 딸.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둘만의 비밀을 성립시킨다.

'내가 잃어버린 사람은 아내인가 딸인가'

 

자, 이제 아내이면서 딸인

여인과 헤이스케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나는 아버지이면서 아버지가 아니다.

남편이면서 남편이 아니다.'

 

3.

<비밀>은 두 겹의 비밀을 간직한 소설이다.

 

첫번째 비밀은 바깥껍질을 형성하는 비밀로

주인공 두 명과 작가, 독자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바로 딸 모나미의 육체에 아내인 나오코의

영혼이 깃들어다는 사실.

 

책은 이 첫번째 비밀을 바탕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아내이자 딸인 여인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

비밀을 숨기기 위한 헤이스케와 그녀의 노력,

성욕을 해소하지 못하는 헤이스케의 고뇌,

딸이자 아내인 그녀와의 충돌,

그녀의 남자친구에 대한 질투

같은 사건들이 삶의 고비고비마다

그들을 덥친다.

 

그렇게 그들은 싸우고 미워하고 화해하고

충돌하면서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만든다.

평범한 이들은 할 수 없는

그들만의 방식.

 

<비밀>은 그 뿐만 아니라

주변인물들의 삶도 중첩시킨다.

특히 피해를 일으킨 운전기사와 그들의 가족,

피해자 가족의 모습도 함께 묘사하며

그들만의 아픔이 아닌

다른 이들의 아픔도 표현한다.

 

버스 운전기사의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와

그들 가족에게 남겨진 사회적 낙인,

피해자 가족 각자의 아픔,

사회가 그들 모두에게 보내는 시선의

문제.

 

그 모두가 합쳐저서 비밀이라는

소설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첫번째 비밀에 얽힌

이야기에 불과하다.

 

실제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두번째 비밀이다.

 

첫번째 비밀에서 파생된

두번째 비밀은 바깥이 아닌 

중심에 위치한 비밀로

마지막에 가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진짜 비밀이다.

 

독자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그 비밀앞에

내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파고를 느꼈다.

 

나오는 건 한숨뿐.

인생의 절망과 비애, 아픔이 함축된

그 비밀앞에서

나는 숨죽여 책을 덮어야 했다.

 

3.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시한번 나를 감탄시켰다.

정통적인 추리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섞은

인간 드라마를 통해

감동을 이끌어내고,

마지막의 반전으로

나를 숨죽이게 했다.

 

앞으로도 그의 소설에

이와같은 감동과 반전이 있었으면 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독자와 등장인물들도 알 수 없는

진짜 비밀스러운 반전을.

 

*영화 비밀의 이미지들



딸 모나미이자 어머니인 나오코 역할을 한

히로스에 료코.



그들의 행복한 순간.



거의 마지막에 가까운 장면.

아~~ 마지막만 생각하면

가슴이 찡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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