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야 형제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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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가오리 소설에 정상인들이 주인공으로 드디어 출현!!

 

내가 지금까지 읽은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녀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불륜과 소수자의 사랑같은

감당하기 힘든, 보기드문 상황을

겪고 있었다. 

 

나 같으면 미치고 팔짝 뛸 상황에서

그들이 담담하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기이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마미야 형제>는 내가 지금까지 읽은

가오리의 소설과 거리를 두고 있다.

거기에는 정상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다.

(물론 그들이 완벽하게 정상적이지는 않다^^;;)

 

연애랑은 거리가 먼 마미야 형제

 



히가시노 게이고의 <흑소소설> 중에

'사랑가득 스프레이'란 에피소드가 있다.

 

이 에피소드에는 절대 연애를 할 수 없는

유전자를 가진 다카시라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는 여자에게 좋은 사람이지만

연인으로는 발전할 수 없는

숙명을 타고난 존재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이 에피소드의 다카시랑

마미야 형제랑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마미야 형제는 여자랑 사귄 적도 없고,

좋아하는 여자한테 항상 차이는

백전 백패의 연애 전적을 보이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들과 다카시는 다르다.

다카시가 절대,절대 연애를 할 수 없는데 반해

(동성간의 연애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마미야 형제는 희박한 가능성이나마

연애가 가능하다.

 

<마미야 형제>는 바로 이 희박한

가능성에서 시작한다.

 

마미야 형제의 솔로 탈출 프로젝트

 

마미야 형제는 마음씨가 좋다.

마미야 형제는 남들에게 친절하다.

마미야 형제는 서로간의 사이도 좋고,

가족들을 지극히 사랑한다.

마미야 형제는 취미 생활도 풍부하고,

그들만의 여유 시간을

충분히 재미있게 보낸다.

마미야 형제는 참 좋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마미야 형제는 결정적으로

여자랑은 거리가 멀다.

형인 아키노부는 음습한 눈빛과 소심함으로

여자들로 하여금 거리를 두게 만들고,

동생인 테츠노부는 조금 살이 붙은 몸매와

지나친 솔직함으로 항상 고백했다가

쓴잔을 마신다.

 

그런 그들이 드디어 솔로 탈출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마음에 들은 여자들의 초대 승낙을 얻어낸 상태에서

파티를 연 것이다.

 

그들의 평생 염원인 솔로 탈출은 가능할 것인가?

그들은 과연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미워할 수 없는 그들, 마미야 형제

 

이 소설은 가오리의 예전 소설들과

분위기를 달리한다.

 

우선 이 소설은 밝다.

주인공들의 연애는 시련 투성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밝게 하려고 노력하며

그 힘으로 주변의 사람들에게

살아나갈 힘을 준다.

 

그리고 가오리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비정상적이고, 소수적인 상황이나 인물들이

나오지 않는다.

 

이 소설에는 평범한 고민을 겪고,

평범하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평범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렇다고 해서 가오리의

문체까지 바뀌지는 않았다.

 

밝고 즐거우며 힘을 내는

형제와 주변인의 모습을

가오리는 특유의 담담한 문체로 그리고 있다.

 

읽다보면 웃음까지 나오는

(가오리 소설에서 웃음이

나올줄은 정녕 알지 못했다.^^;;)

형제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러니 솔로들이여 힘을 내자.

마미야 형제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으니

분명히 솔로들의 삶에도

즐거움과 희망이 있을 것이다.

 

너무 지나치게 연애에 연연하지 말자.

숨을 가다듬고, 때를 기다리며

찬스가 오면 딱 잡아라.

기회가 아니라고 여겨질 때에는

지나친 갈망을 자제하고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라.

 

삶을 즐겁게 만들고

좋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면

연애는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면 연애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즐거워질 것이다.

 

마미야 형제는

내게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가오리가 숨고르기를 하는 걸까?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솔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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