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리뷰

 

이제는 빵굽는 마법사다!!

 

멀린이 아더왕을 도우면서 등장하기 시작한 마법사라는
직업은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거치고 나서
현대의 소설,영화,만화,게임을 만나서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미치광이 마법사, 여자 마법사, 깡패 같은 마법사...
그러다 드디어 이제는 돈을 벌기 위해 빵을 굽고,
빵집을 운영하는 제빵 기술자 마법사가 등장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 마법사는 웬지 사연이 있는 듯하다.
내면의 아픔을 간직한 채 인간을 멀리하고
쌀쌀맞게 구는 모습에서
지금까지의 마법사들의 모습과는 달라 보인다.
빵굽는 마법사가 있는 빵집 위저드 베이커리.
그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빵. 그러나...

 

마법사가 만드는 빵이기에 당연히 보통 빵은 아니다.
일명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빵.
다양한 용도의 마법의 빵들이 있고,
인간들은 그 중에서 골라서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이 마법의 빵에는 피드백 능력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남을 저주하는 빵을 선택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
나중에 그 피해가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실명이 되거나, 집이 불타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아이가 유산되거나, 자신의 아이가 장애인이 되거나...
저주같은 부정적 능력만이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아니다.
사랑의 묘약과 비슷하게 누군가를 홀리는 빵에도
무서운 부작용이 있다.
내가 유혹하기를 바랬던 상대방이 그 빵을 먹고
연인에서 스토커 수준으로까지 변신해
나를 죽이거나 폭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위저드 베이커리의 마법은
현실이라는 기반위에 있다.
단순히 적을 물리치거나 사랑을 이루거나 상황의 반전을 위한
꿈 같은 마법이 아니라
초월적 마법이 사용되면 어떤 상황이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의 빵.
그러나 그 빵은 마법이지만 그 마법의 대가로
현실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때론 당사자가 견딜 수 없는
처참한 상황일 수 있다.
이렇게 위저드 베이커리는 판타지이지만
환상보다는 현실을 말하고자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동화같은, 환상같은 판타지가 아닌 현실을 선택한 판타지

주인공 '나'의 상황은 최악이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던 경험 때문에
말을 더듬고,
아버지는 자신에게 무관심하고,
새 엄마는 부부간의 불화를 자신에게 화풀이하고,
학교에서는 친구하나 없고.
그런 최악의 상황이 더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순간
'나'는 현실을 벗어나서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지내는 걸 선택한다.
그러나 위저드 베이커리도 단지 환상의 영역만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마법사를 돕는 일을 하면서
'나'는 많은 인간들의 비극과 어리석음,
현실의 무게감을 마주본다.
초월적인 능력을 보유한 마법사조차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의 힘.
마법의 빵을 먹어서 소원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불행한 사람들.
그런 일들을 겪으며 '나'는 한 인간으로서
성숙이란 현실과 맞부딪히며 얻어가는 경험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자신이 위저드 베이커리를 벗어나
불행의 포스를 뿜어내는 집으로 돌아가
그 상황을 마주해야만
자신이 성숙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결국 '나'가 겪은 판타지는
'나'로 하여금 현실을 선택하게 했다.
그렇다. 이 소설은 판타지이지만
현실을 선택한 것이다.
동화같은 해피엔딩이나
판타지 소설의 초월적 힘의 출현보다는
현실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판타지를 통해 드러낸 것이다. 

 

마법의 빵 찾기는 계속된다.
현실의 문제는 현실만이 해결할 수 있다.
환상의 영역은 말 그대로 환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힘을 얻을 수는 있다.
환상 속에서 원기를 충전하고, 피로를 씻고,
감동을 느끼고, 메마른 가슴을 사랑으로 채우는 식의
활동을 통해 현실로 나가기 위한 힘을 새롭게 충전할 수 있다.
환상은 우리를 위한 휴식처는 될 수 있어도
목적지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마법의 빵을 찾아다니고 있다.
현실의 무게감을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
아니면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 강렬해서
인간들은 마법의 빵을 원한다.
그것이 비록 비극을 초래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마법의 빵을 계속 원할 것이다.
그렇게 마법의 빵 찾기는
인간이 살아가는 한 계속될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어리석은 인간도 마법의 빵을 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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