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사랑.

사랑은 달콤향 향을 품긴다.
그것은 우리에게 따스하게 다가와
천국의 맛과 같은 즐거움과 황홀함을 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제어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이 숨어있기도 하다.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사랑

 

수학.

안에 분명히 공주가 있음을 알지만
막강한 괴물과 단단한 성벽때문에
공주를 구할 엄두를 못 내게 만드는 성처럼
넘볼 수 없는 개념.

 

오가와 요코는 이렇듯
상반되는 두 개념을 잘 섞어서
아주 멋지고 따듯한
작품을 하나 만들어내었다.
그 작품의 제목이 바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다.

 

 

2.

교통사고로 인해서
기억력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수학천재 박사.
그들에게 우연히 다가온 미혼모 파출부 '나'와
그녀의 아들 루트.

 

"너는 루트다. 어떤 숫자든 꺼려하지 않고 자기 안에 보듬는 실로 관대한 기호, 루트야."
그러고는 당장에 소맷자락에 있는 메모지에 그 기호를 덧붙여 썼다.
'새 파출부...와 그 아들 열 살...√'

 
자신의 집에서 폐쇄된 생활을 하며
수학에 대한 열정만 불태우던 박사는
'나'와 루트를 만나고부터
인간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고
그들에게 따스한 사랑을 베푼다.

 

'세상 사람들에게 내 능력이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아. 아무도 내 특기를 원하지 않을테니까. 난 루트만 칭찬해주면 그것으로 대만족이야.'

 
아들 하나를 혼자 키우는 미혼모로서
세상의 풍파를 견뎌온 '나'와 그녀의 아들 루트는
박사와의 따듯한 생활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의 마음 속에는 늘, 나는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존재인데... 하는 겸손이 흐르고 있었다. ... 우리들은 우리가 선물한 것 이상을 받은 것이다.'

 

80분 밖에 지속되지 않는 그의 기억.
그러나 그가 그들에게 가르쳐 준 것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랑이었다.

 
그렇게 그들에게 그는
저 영화 포스터의 말처럼
'영원히 남아 있게 된다.'

 

3.

골치아픈 스트레스로만 다가오던 수학이
이렇게 따듯하고, 정겹게 다가올 줄이야!
그것만으로도 오가와 요코는
박수받을 만하다.

 

그러나 더 핵심적인 것은
오가와 요코가 수학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점이다.

 
그녀는 외견상 딱딱해 보이는
수학이라는 도구를 통해서도
인간의 따스함과 사랑이 전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니 그녀는 더 나아가
수학이 원래 가지고 있던
세상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회복하고자 한다.

 
원초적 수학으로의 회귀.
세상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추상적인 숫자을 동원해 세상을 복원하고
진리를 밝히려는 진짜 수학으로의
복귀를 그녀가 꿈꾸는 것이다.

그녀의 문장을 통해서
수학은 그렇듯 삶이 되고, 사랑이 되고,
따스함이 되고, 인간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녀의 글을 통해
신의 언어이자 시의 언어이고, 사랑의 언어이기도 한
수학
을 만날 수 있다.

 

그것은 아름다움이었고, 떨림이었다.
항상 낮은 점수에 대한 고통과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의 나열로
괴로움만 남겨주었던 수학이
아름다움과 떨림으로 변한 것이다.

그 아름다움과 떨림은
나를 사랑으로 이끌었다.
 

그렇다. 어느새 나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내가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기억하는 한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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