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

사랑 part1.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 사랑은 내가 아주 갑자기 느끼게 된 것이다. ...
클로이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그녀의 두손이 베이지색 양모 외투의 허리띠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지켜보았으며,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문장을 끝맺는 법이 없다는 것이, 약간 불안해하는 것이, 귀걸이의 취향이 아주 세련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너무 어색해 보였지만, 그래도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결론은 피할 수가 없었다. 

완전한 이상화의 순간이었다.'

-사랑은 그렇게 순간적으로 찾아온다. 그녀(그)가 단지 거기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은 시작된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찾아온 사랑은 또 순간적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사랑part2. 독일인의 사랑/ 막스 뮐러

'마리아:하지만 왜 당신은 나 같은 병자를 사랑하고 있나요?

나: 왜냐구요? 마리아.

어린 아이에게 왜 태어났는지 물어 보십시오. 꽃에게 왜 피어 있는지 물어 보십시오. 태양에게 왜 빛나는지 물어 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 

마리아, 당신은 내가 알고 있는 가장 훌륭한 피조물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에게 호의를 가지며 당신을 좋아하고, 우리는 서로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사랑은 운명 그 자체이다. 우리는 그(그녀)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운명적인 사랑이 아니라 운명 그 자체인 사랑. 그것이 사랑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사랑part3.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질투. 사랑에 빠질 수 없는 요소. 이 악마적인 사랑의 조미료는 사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사랑을 파멸의 수렁텅이로 빠트리기도 한다. 이 소설은 질투에서 시작한다.

'사랑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면 거기서 멈춰야 한다. 너무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

광수와 선영의 결혼식.

13년간 선영을 사랑했던 사랑의 약자 광수는 결혼식 하기 직전 신부 대기실에서 전애인 진우가 선영에게 불러주었던 노래 '얄미운 사랑'과 그 노래에 대해 히스테리를 부리는 선영의 모습, 부케를 던지는 순간 부케 윗 단의 꽃 팔레노프시스가 꺽여진 모습을 보고 자신들의 사랑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질투는 그렇게 그를 찾아오고....

*얄미운 사랑의 가사: 사랑만 남겨놓고 떠나가느냐? 얄미운 사랑~

'우리가 사랑이라는 관계에서 혼자서 빠져 나올 때 마다 뭔가를 빼놓고 나온다는 점. 그리하여 사랑이 되풀이 될수록 그 관계 속으로 밀어 넣을 만한게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질투때문에, 자신이 바쳤던 사랑의 억울함 때문에 진우를 노래방으로 불러낸 광수는 '몰래한 사랑'만 계속 부르다가 화가 나서 진우를 때리고 '그날' 선영이랑 잤는지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결국 그날의 진실이 드러나고...

'사랑은 나를 확장시키고 사랑이 끝나면 우리는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간다.'

 
광수의 아이를 밴 선영은 어느 비 오는 날 광수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광수가 선영이에게 처음으로 듣는 사랑고백이었다.

''사랑해'라고 말한다는 건 자신을 먼저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의미.'

선영을 너무 사랑했기에 자신의 사랑을 의심했던 광수.
사랑 받기만 원하지 사랑할 줄 모르는 진우.
그리고 사랑을 믿지 못하고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던 선영.
그들의 관계에서 사랑은 연약하고 불완전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신의 모순적 면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사랑은 진짜 어떤 것일까? 그것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일까?

작가 김연수는 그런 물음에 대한 대답을 이 소설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그는 능청스럽고 사색적인 문장으로 삼각관계를 조망하며 우리에게 말한다. 사랑은 사랑의 당사자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그 무엇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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