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감상
1.
네버랜드. 피터팬이 요정 팅커벨과 날아다니고, 후크 선장과 인디언소녀 , 인어, 시계 악어가 공존하는 환상의 세계. 그러나 네버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곳에 사는 존재들이 늙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곳은 시간이 멈춘 곳이며, 시공간의 바깥에서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환상의 공간이다.
 
2.
겨울방학을 맞아 대부분의 학생이 빠져나간 전통있는 남학교의 기숙사 쇼라이칸. 그곳에는 단 4명의 학생들만 남아있었다.
 
책에 나오는 인물중 가장 평범하고 솔직하며 감성적인 육상소년 요시쿠니.
운동을 잘하며 인간 관계에 능수능란한 호남아 간지.
독특하고 특별한 발상을 가진 창조적 소년 오사무.
냉정하고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며 사람의 마음을 간파하는 눈을 가진 미쓰히로.
 
그들은 자신들외에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밀려드는 외로움과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진실게임을 하게 된다.
첫날 벌어진 진실게임. 단,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한 번의 거짓말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룰은 존재했다. 그들도 서로의 발가벗은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카드게임의 패자로 가장 먼저 자신의 진실을 말하게 된 오사무.
그는 요새 죽은 어머니의 유령이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가 자신이 어머니의 죽음을 원했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은 계속되는 어머니의 잔소리와 참견을 참지 못하고 어머니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실제로 그것을 실행에 옮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가 죽었던 그날 오사무는 '엄마를 죽이려고 다가갔다. 그때 정체모를 푸른 손이 다가가서 전기면도기를 엄마가 있던 욕조에 떨어뜨렸다.' 그렇게 오사무의 어머니는 죽음을 맞는다. 그날 이후 오사무는 죄책감과 충격으로 어머니의 유령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그 다음날, 간지는 오사무의 거짓말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오사무가 보았던 그 푸른 손의 정체를 간파해낸다.
'너의 어머니의 푸른손이 나와서 전기 면도기를 집었어. 그렇지?'
 
그렇다. 오사무는 어머니의 자살을 목격한 것이다. 그때 그 충격, 그리고 당시 가졌던 자신의 감정이 그의 기억을 왜곡하고 어머니의 유령을 불러왔던 것이다.
 
첫날 밝혀진 한 사람의 진실. 이제 소설 속 소년들은 자신들이 간직한  충격적이고 슬픈 진실을 진실게임을 통해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들어! 이런 이야기가 듣고 싶었잖아? 너희는 늘 그래...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그만두라고 하지. 자기가 듣고 싶어해놓고 도저히 못 듣겠다고 하지.'
'늘 그래. 어른들은 다들 그래... 내 눈앞에서 사라지고 나서 이해해 달라고 그래... 아무도 내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하면서 나더러 자기를 이해해 달라고 그래.'
 
그들에게 그 겨울은 진정 잊지못할 영원한 네버랜드의 기억이었다.
 
3.
우리에게도 네버랜드와 비슷한 기억이 있을까? 어쩌면 우리의 기억에서 그 비슷한 시절을 찾는다면 아마 사춘기 시절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 온다리쿠는 아마 나와 비슷한 시각을 가진 듯하다.
 
극도의 불안감과 강렬함이 공존하는 그 시간.
부서질 듯한 연약함과 미숙함, 열정과 젊음이 공존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뭉친 시절임에도 학교라는 공간의 폐쇄성과 주위의 시선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속으로 삼켜야만 하는 시기.
괴담과 입시 스트레스와 풋풋한 사랑과 욕망이 꿈틀대던 신비한 시절.
모두가 피터팬이었고, 후크였으며, 시계 악어였던 그 시절.
 
온다 리쿠는 서정적이고, 꾸미지 않은 문제로 그때 그 시절을 살아가는 소년들의 불안함과 우울을 드러내 보이며 현실에 찌들어서 자신의 과거를 잃고 사는 나 자신에게 사춘기가 네버랜드 였음을 알려줬다.
 
인생에서 영원할 것 같았던 그 시절. 우리는 정녕 그 시절을 잊고 사는 것이 아닐까? 그 시절을 잊고 앞만 보고 달리며 삶의 목적을 잃고 틀에 박힌 로보트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