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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
칼이 눈 앞에서 울고 있었다.
칼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칼은 전쟁의 파고 속에서 어려움과 슬픔을 몸으로 겪으며
그것들을 이겨내고 역사의 흐름 속에
불멸의 명성을 아로새긴 한 남자의 영혼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순신.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이순신은
항상 신화의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는 영웅 그 자체였고
그의 삶은 항상 신격화와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작가 김훈은 그 신화의 베일을 찢고
지금까지 소홀히 다루어졌던 인간 이순신을 재조명하고 있다.
김훈의 날 것 그대로의 비릿함이 살아있는
문장들은 이순신의 아픔과 나약함과 고독을
생생한 육회처럼 표현하며
'누구나 인간일 수 밖에 없다'라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한번 증명하고 있다.
책에서 이순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 사회적 혼란은
그가 인간이고, 삶이라는 굴레에 매일 수 밖에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순신도 인간이고, 이순신을 매도하고 시기하는 이들도 인간이다.
모두가 인간이기에 그들의 어리석음은
인간 존재가 가지고 있는 불완전성과 이어진다.
인간의 불완전성.
이순신의 위대함은 이 부분에 있다.
그는 자신이 나약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나약함에 등 돌리지 않았다.
그는 나약함을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자신의 나약함을 남 탓이나 주변 탓으로 돌리지 않고
칼을 들고 적을 향해 나아갔다.
이것은 자기 계발서의 피상적이고 상업적이며 맹목적인
'모든 것은 자기 탓이다'라는 프로파간다와는
격이 다른 메시지이다.
그것은 전쟁을 살아갈 수 밖에 시대 상황 속에서
겪는 인간 존재의 위태위태함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견뎌내는 한 인간의 영혼이 스며있는
거대한 울림이다.
이미 풍족한 상황에서 더 풍족하기 위해
남을 짓밟는 것을 정당화하고,
자기 욕망의 폭주를 당연시 여기게 만드는
자기 계발서의 글들은 이순신과 비교될 수 없다.
아니 이순신의 삶과 비교한다는 자체가
그의 삶에 대한 모욕이 될 것이다.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아파하고 슬퍼했으며
조금 만 삐긋거리면 죽음에 도달하는
그의 험난한 삶을 지금의 상황과 비교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우리 뇌리에 틀어박힌다.
누구나 인간이라는,
그래서 분명히 힘들고 어렵겠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밖에 없다라는 생생한 육성을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칼의 노래가 내 머리 속에 울리고 있다.
삶이라는 운명을 짊어진 이 땅의 모든 인간들의 슬픔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