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래에 당신이 없을 것이라고 - 목정원 사진산문
목정원 지음 / 아침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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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2.어느 미래에 당신이 없을 것이라고-목정원

 

이 책은 사진이 가득한 책입니다. 많은 사진과 적은 글로 이루어진 사진 에세이. 책 가득한 사진이, 무수한 책의 여백과 함께 책을 장식하며, 중간중간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목정원 작가의 아름다운 글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잠시간의 사유의 순간을 선사합니다. 글의 여백이라고 할 수 있는 사진 앞에서 독자는 사진을 이미지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문자 텍스트로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제시되는 이미지들을 자신만의 상상을 동원하여 읽어내면서.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을 읽으면서 느낀 감동처럼, <어느 미래에 당신이 없을 것이라고>에 적혀 있는 목정원 작가의 글들은 저에게 감동을 줍니다. 이 감동은,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에서도 말한 영원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목정원 작가는 기다렸다는 듯이 100여장의 사진과 사진 사이사이의 아름다운 글로, 영원한 사랑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아낌없이 풀어냅니다. 미래에 이미 없을 사랑하는 당신을 생각하면서. 혹은 사랑하는 당신은 없지만, 당신의 흔적이 남아있는 사진을 통해 지나간 사랑을 기억하면서.

 

하지만 이런 질문도 있을 수 있습니다. 왜 사진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는가? 사진 말고도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책 속에 있습니다. 목정원 작가는 먼저 기억술에 대해 말합니다. 저자는 기억술의 시작이 죽은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는 전설을 말합니다. 그리고 기억술의 시작과 사진을 연결시킵니다. 사진이 사라져간 이들을 기억하는 기억술의 도구라고 하면서.

 

여기에서 사랑과 사진은 이어집니다. 사진은 사랑했던 이들의 흔적을 남깁니다. 사진은 지나간 사랑의 기억으로서 남아 있습니다. 사진은 어느 미래에 없을 사랑하는 당신의 삶의 흔적으로서 사랑을 경험한 이의 삶에 남겨집니다. 결국 목정원 작가에게 사진은 사랑의 기억이자 사랑 그 자체입니다. 사진=사랑. 우리는 목정원 작가가 부르짖는 사랑과 사진의 앙상블을 통해서, 혹은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상처를 기억하는 방법을 통해서, 잊지 못하는 아름다운 심리적 상처를 얻어냅니다. 영원한 사랑을 갈망하는 사진의 이름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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