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의 방주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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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9.환영의 방주-임성순

 

<환영의 방주>의 첫 작품인 타이탄의 날들을 읽으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SF 단편집이구나. 그런데 다음 작품부터 무언가 다른 겁니다. , 이거 SF가 아니잖아. 그렇게 책은 SF나 밀리터리 느낌의 장르문학부터 우리가 소위 순수문학이라고 부르는(저는 순수문학이라는 말이 과연 정확한 말인지 의문이 들긴 합니다.) 작품들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말을 다르게 하면, <환영의 방주>는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임성순 작가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단편집이라는 말입니다.

 

장르문학이든, 순수문학이든, 형식과 상관없이 <환영의 방주>는 제가 느끼기에 인간 현실의 폐부를 꿰뚫고 있습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든, 고도로 발견된 기술을 배경으로 하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현실적인 이야기이든, 작품들은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다룬다는 말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믿을 만한 존재인가, 인간은 왜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믿는가, 인간의 애착은 어떤 형식으로 발현되는가 하는 같은.

 

동시에 이 책은 동시대의 문제들도 그려내고 있습니다. ‘번 아웃같은 작품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끝없이 착취당하다 번 아웃상태에 빠져버리는 힘 없고 무기력한 노동자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히카리같은 작품은 리얼돌 같은 물건에게 자신의 애정을 투사하는 모습이나 비트코인 같은 현시대의 문제들을 담고 있습니다. ‘들림 받은 자들은 끊임없이 자연과 인간을 착취하고 생물종의 대학살을 초래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를 반영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이야기에도 불구하도 이 책의 장점은 소설들이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임성순 작가는 무게감 있는 문제들을 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독자가 흥미롭게 읽어나가는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잘 그려냅니다. 독자가 할 일은 형식에 상관없이 읽어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시대의 문제들이, 시대와 상관없는 보편적인 문제들이 우리 몸에 새겨집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문학이 재미있으면 의미 있는 예술장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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