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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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5.미래과거시제-배명훈

 

N에게 보내는 편지

 

N, 다시 너에게 편지를 쓰려고 해. 오늘 너에게 이야기할 책은 배명훈의 <미래과거시제>. N,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참으로 이상한 경험을 했어. 한국 SF작가의 단편집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읽기 어렵다라는 생각을 했어. 읽기 어렵다라는 말은 낯설다라는 말로 바꿔쓸 수 있어. 한국 SF작가의 소설에서 내용의 새로움이나 독특함, 설정의 신선함을 많이 만나기는 했어. 그런 것들이 읽기의 어려움을 초래한 적은 없어. 그런데 <미래과거시제>는 진짜 읽기 어려운 소설들이 있었어, 그건 형식의 새로움을 시도했기 때문일 거야. 형식의 새로움이 언어의 새로움으로 그것이 읽기 어려움이자 낯설음을 불러일으킨 거야.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라는 소설을 예로 들어볼게, 이 소설은 미래의 인물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소설이야. 문제는 이 화자가 미래의 언어를 쓴다는 거야. 지금까지 한국 SF에서 미래인들이 자기 이야기를 한 것은 많았어. 하지만 언어는 현재에 쓰이는 한국어를 썼지.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진짜 미래에 쓰이는 한국어를 가상으로 만들어서 소설에서 써. 현재 한국어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많은데, 읽는 게 힘들었어. 뭔가 비슷한데 부분부분 이해가 안 되고, 무슨 말인지 모르게 되니까 답답한 느낌이 들었어. 그때 깨달았어. 이 책에 낯선 느낌의 소설들이 많은 거라는.

 

<임시 조종사>는 충격적이었어. , SF 소설의 형식을 이렇게 실험적으로 할 수 있구나. SF의 스토리텔링을 판소리 형식으로 풀어내는 형식의 소설인데 개인적으로 읽기는 너무 힘들었어. 읽기는 읽는데 무슨 내용인지 잘 파악이 안 되어서. 한문도 많고, 언어도 일반적인 SF에 나오는 것들이 아니어서 제대로 읽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

 

<미래과거시제>는 실험적인 소설만 있는 게 아니야. <, 어웨이> 같은 짧은 소품 느낌의 소설들도 있고. , <, 어웨이>는 소품 느낌이지만 짧은 농담 같은 느낌이기도 했어. 형식적인 실험은 아니지만 설정상의 새로움이 있는 소설들도 있어. 외계인과 종이접기를 합친 컨셉의 <집히는 신들>, 테드 창의 <우리 인생의 이야기>속 시간관을 로맨스물로 바꾼 듯한 <미래과거시제>, 경제학의 수요,공급 곡선을 SF로 바꾸서어 흥미로운 이야기로 바꾼 <수요곡선의 수호자> 같은 소설도 있어.

 

마지막 소설인 <알람이 울리면>은 이 단편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소설이었어. 사실 나는 이 단편을 다른 앤솔로지 단편집에서 봤어. 그때도 참 인상적으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이 단편을 읽으면서 갑자기 읽었던 기억이 나는거야. 재밌는 건, 두 번째 읽었는데도 이 책에서 감동이 느껴졌어. 그건 아름다운 이별에 대한 판타지 때문이었어. 나는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힘들다고 생각하거든. 그 생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이별을 다룬 소설들을 보면 나는 끌리지 않을 수 없어. 이 책에서 말하는 이별, 사랑하는 이를 아름답게 떠나보내는 방식은 나의 마음을 울리고 짙은 여운을 남겨. 그래, 이 책의 내용처럼 나도 이제 너와 행복하게 이별할게. 다음에 또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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