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바람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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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3.서쪽 바람-메리 올리버

 

대체적으로 시는 서정의 장르이고, 소설은 서사의 장르라고 합니다. 물론 스스로를 이야기 파괴자로 자처하는 오스트리아 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 같은 이는 소설이 서사의 장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제 말은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시는 서정의 장르이기에, 시인이 느낌 감정을 서술하게 됩니다. 소설은 서사의 장르답게 소설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서정 장르라고 하지만, 세상의 모든 시가 독자에게 시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건 아닙니다. 소위 모더니즘이라든가 포스트모더니즘, 실험적인 시들을 쓴다는 시인의 시들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읽어본 경험으로는 이런 류의 시들에서 시인의 감정은 쉽게 파악이 안 됩니다. 실험적이고 난해하게 표현된 언어들 속에서 시인의 진의는 감추어진 채 독자는 언어의 미로를 헤매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어려운 시들보다는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시를 더 좋아합니다.

 

메리 올리버의 시는 제가 좋아하는 서정 장르로서의 시에 해당합니다. 어려운 단어도 없고, 시인이 표현하고 싶어하는 감정을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거나 감정이입하기 쉽기에. 주로 자신이 자연을 거닐고 바라본, 자연에서 파악한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메리 올리버의 시들을 읽다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도록 할께요. 시인이 마주친 자연의 아름다움은 모두 순간적입니다. 이 때의 순간이란 오직 현재뿐이라는 말입니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는, 오직 현재뿐이란 의미에서의 현재. 하지만 이 현재의 아름다움은 시인에게 영원합니다. 모순적인 말이긴 한데(^^;;) 시인에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순간적이면서 동시에 영원합니다. 한 순간의 아름다움이 시인에게 영원히 뇌리에 남는다는 말입니다. 그건 지나가면 사라지지만, 시인의 뇌리에 영원히 남아서 시로 구현됩니다. 순간적인 영원의 아름다움으로. 시인은 순간에서 영원을 보는 겁니다. 아름다움을 통해서. 그러나 이 영원의 아름다움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말해보죠. 메리 올리버라는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봅니다. 현재로 존재하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하지만 거기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저는 <서쪽 바람>을 이렇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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