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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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심윤경

 

1.

독서모임에서 책 이야기 보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평에서는 독서모임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책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는 심윤경 작가가 작가 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한 에세이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에세이집이지만 소설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디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냐고요? 보통 소설은 가상의 서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이 현실적이든 현실적이지 않든 소설에는 서사가 핵심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죠. 그에 비해 에세이는 서사보다는 개인 감정의 표현이나 삶의 묘사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핵심에는 서사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떤 서사냐고요? 자기 삶을 그리는 자기 서사라는 대답을 해야겠습니다.

 

2.

저자인 심은경은 자식을 낳고 양육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양육의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저자인 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자신이 성장한 과정을 파고들게 됩니다. 자신의 성장과정을 파고드니 저자는 자신의 양육 과정의 핵심에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저자의 할머니는 언어의 미니멀리스트입니다. 많은 말 보다는 적은 수의 말을 하고, 말이 아닌 다른 것들로 손녀인 저자와의 상호관계를 이끌어나갑니다. 끊임없는 신뢰, 상호 존중의 비언어적 제스처, 애정의 지속적인 비언어적 표현, 여유있는 언어 사용과 기다려주는 행동, 흔들림없는 안정적인 감정 등으로 저자의 할머니는 예민하고 별난 저자의 흔들림없는 안식처이자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줍니다. 저자는 할머니라는 평안하고 안정적인 토대를 통해 유년기를 별문제없이 지나가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할 수 있는 인간이 됩니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저자는 할머니가 했었던 일들을 딸과의 생활에서 최대한 적용해보려고 노력합니다. 많은 말보다는 적은 수의 말을 통해 여유를 보여주고 기다려주려고 노력하며, 세세하게 지시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게 해주기 등을 통해서 저자와 딸의 관계는 과거보다 더 나은 상태가 됩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일들에서도 저자는 어김없이 할머니가 자신에게 베풀었던 삶의 모습을 이용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겪었던 극심한 작가적 슬럼프의 상황에서도 저자는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를 떠올리며 슬럼프를 극복해 나가게 됩니다.

 

3.

제가 읽은 에세이들은 대체적으로 일관된 구성을 지녔다기보다는 다양한 글들을 복합적으로 묶은 구성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일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자인 심은경은 자기 삶을 그리는 자기 서사를 핵심으로 살아서 책을 꾸려나갑니다. 그리고 그 자기 서사의 중심에는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가 있죠. 저자 자신의 든든한 토대가 되는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와 저자가 그려내는 삶의 서사를 보면서 저도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의 삶을 그리는 서사에는 심윤경 작가의 아름다운 할머니 같은 든든한 토대가 있었는가? 나에게도 평안하고 안정적인 삶의 근원적인 무언가가 되는 게 있었는가?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가 없네요. 저도 저자처럼 제 삶을 곰곰이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찾아봐야 겠습니다. 찾다보면 저만의 아름다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 저도 어쩌면 그걸 토대로 무언가 다른 글을 쓸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나의 아름다운 책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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