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게트 소년병
오한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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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5.바게트 소년병-오한기

 

한 번 생각해봅시다. 제가 농담을 던지는 상황이 있다고.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던지고, 듣는 상대방은 말이 안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갑자기 그 농담이 현실이 되는 거에요. 지금 들어도 말이 안 되죠?^^;; 제가 만난 오한기의 소설들이 딱 이 상황에 들어맞습니다. 말이 안 되는 농담 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그게 갑자가 현실이 되면서, 현실과 환상이 교차 되는 소설들. 현실에 있는 듯하다가 갑자기 말도 안 되는 농담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서 환상과 현실이 겹쳐지는 소설들. 농담 같은 소설, 소설 같은 농담. 저는 오한기의 소설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한기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인 <바게트 소년병>에 나오는 소설들도 제가 생각하는 오한기 소설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첫작품인 바게트 소년병부터 두 번째 작품인 ‘25’. 세 번째 작품인 팽 사부와 거북이 진진까지는 현실과 가상,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네 번째 소설인 사랑하는 토끼 머리에게에 오면 달라집니다. 우선 이 소설은 현실과 가상의 교차가 아닙니다. 이 소설은 환상이 현실을 잡아먹어버립니다. 현실을 장악한 환상. 저는 이런 류의 소설을 보면 언제가 카프카가 생각납니다. 카프카의 소설들에는 현실을 장악한 환상이 가득하거든요. 이런 소설들은 환상이 가득하다보니 상징으로 가득하고 우화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소설들은 환상이 많이 나오지만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을 쓰는 작가의 개인적인 불안이나 고독 같은 심리가 환상들에 투영되어 있는 생각이 들고 동시에 이런 환상들이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져요.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배제하고 혐오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건 우리 현실의 모습들이거든요.

 

 

다섯 번째 작품인 곰 사냥으로 가면 사랑하는 토끼 머리에게의 느낌을 벗어나 내가 아는 오한기 소설로 돌아간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펜팔세일즈맨은 오한기의 소설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점들이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바로 유머라는 장점. 저는 두 소설을 읽으며 계속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펜팔은 감옥에 있는 MB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펜팔 친구가 된다는 기상천외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세일즈맨은 엉덩이에 관한 집착을 드러내며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어찌되었든 네 번째 작품 빼고는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면서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오한기의 소설은 저에게 참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마지막의 대담 같은 걸 보면 오한기 작가가 최근에 유머러스하게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변화도 참 마음에 드네요. 잘 읽었다는 말을 남기며 다음에도 이렇게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고 유머러스한 소설들을 읽고 싶다는 말로 글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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