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슐리외 호텔 살인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1
아니타 블랙몬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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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리슐리외 호텔 살인-아니타 블랙몬

 

처음에는 화자인 나의 모습에 답답함이 치밀었습니다. 아니 똑똑한 것처럼 말하던 사람이 왜 온통 당하기만 하는거야. 범인을 모르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쳐. 추리소설의 관행상 초반부, 중반부에는 화자인 나가 범인을 알 수야 없지. 그런데... 범인을 모르고 제대로된 추리를 못하는 건 그렇다고 치자구. 그렇다고 왜 바보 같은 행동을 계속하는 거야. 누군가의 협박을 당했으면 그 협박에 조금 더 괜찮은 행동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왜 협박범을 잡겠다고 혼자서 난리치다 돈만 뺐기고 위험에 처하냐구. 혼자서 무언가 하는 거 보다 다른 이를 끌어들여서 어떻게든 더 괜찮은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리고 지속되는 추리의 헛발질은 알고는 있었지만 보다보니 너무 답답함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마지막에 진상이 드러나고 나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 소설에는 셜록 홈즈가 없다는 사실을.

 

그렇습니다. 이 소설에는 셜록 홈즈가 없습니다. 홈즈 같은 명탐정이 없는 대신, 다수의 왓슨들과 레스트레이드 경감 같은 무능력한 경찰들이 있죠. 홈즈가 없고 왓슨과 레스트레이드들만 있기 때문에 이 작품에는 누군가 나서서 사건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걸 기대하는 건 어렵습니다. 대신에 무수한 추리의 헛발질과 사람들의 오류,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의심과 모두를 의심하는 경찰의 눈초리만 있죠. 하지만 무수한 오류들이 더해지며, 사람들의 헛발질과 노력이 더해지고, 거기에 우연들이 합해지며 리슐리외 호텔에서 일어난 사건은 진실이라는 햇빛으로 다가갑니다. 한 사람의 뛰어난 머리로서 해결되는 사건이 아니라, 인간들이 맺어나가는 관계의 힘과 그 관계의 힘에서 인간들 다수의 의견이 더해지며 사건이 해결되는 구조. 비범한 한 사림이 아니라 평범한 다수가 합쳐서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 아무래도 저는 변태인가 봅니다.^^;; 이런 클래식한 정통 추리 소설에서 평법한 이들의 연대, 함께 하면 더욱 더 강해지는 관계의 힘 같은 이상한 관념들을 보니까요.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저를 이런 관념쪽으로 몰아가나봐요, 어쨌든 클래식한 정통 추리 소설에서는 비범한 엘리트가 주도하는 엘리트주의가 정통이고, 이런 평범한 이들의 연대로서 해결되는 구조는 이단이니까, 이 소설은 이단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재미있는 추리로설 정도로만 결론 내리고 글을 끝내겠습니다. 그런데 왜 <손에 손잡고>라는 노래가 떠오르는 거죠.^^;;;


*진짜 <손에 손잡고> 노래 듣고 있습니다. 노래 참 좋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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