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마니아
김쿠만 지음 / 냉수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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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레트로 매니아-김쿠만

 

너는 앉아서 서평을 쓰기로 결심한다. 지금까지 읽은 책에 비해서 나오는 서평이 적은 것이 아쉬웠던 너는 이번에는 월요일부터 서평을 쓰면서 자신을 다르게 만들자는 맨날 하다 실패한 결심을 다시 시작한다. 이번에 쓸 책의 제목은 <레트로 매니아>. 저자는 김쿠만. 우연히 만나서 고른 책답게 너는 책의 내용도 전혀 모르고 저자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 그저 너는 <레트로 매니아>라는 제목에 꽂혀서 책을 골랐고 읽을 뿐이다. 사실 너는 알고 있다. 너 자신이 레트로 매니아라는 점을. 듣는 노래부터, 보는 영화부터, 책을 열심히 읽는 것까지, SNS를 거의 하지 않는 것까지 너 자신이 레트로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물론 너는 의식적으로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케플러 같은 아이돌 음악도 듣고, 아이돌 그룹에 대해 공부도 한다. 암호화폐, 메타버스, NFT, 자율주행차와 A.I. 같은 현대 경제의 흐름에 대해서도 알기 위해 노력한다. 아프리카,트위터, 유튜브 같은 인터넷 생방송도 보고 채팅창의 흐름도 파악하려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도 들락 거리며 어떤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이 글을 쓰는지 파악해보려 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도 많이 하지 않지만 가끔식 들어가서 뭐가 있는지는 살펴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노력의 일환이다.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하는 행동. 노력하지 않으면 너는 언제나 레트로에 머문다. 레트로를 벗어날 수 없었던 너의 눈앞에 <레트로 매니아>라는 책이 있으니 읽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읽었으니 글을 남겨야 하는 법.

 

너는 김쿠만이라는 저자의 출생연도를 살핀다. 1991년생. , 밀레니얼 세대군. 밀레니얼 세대라는 점을 아는 순간 특유의 세대론적인 사고로 책을 살피기 시작한다. 그런데 너는 알고 있다. 세대론적 사고라는 게 얼마나 일반화가 심한지를. 밀레니얼 세대에게 비판받는 586세대에서 기득권에 속하는 이들이 겨우 10%를 조금 넘는 다는 것도 알고, 나머지 586은 기득권이라기 보다는 힘겹게 삶을 살아왔던 이들이라는 사실도 안다. 밀레니얼 세대도 마찬가지다. 남성과 여성이 너무 다르고, 자신이 속한 계층에 따라 사고방식이 얼마나 틀린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너는 그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레트로 매니아>1991년생 저자가 썼다는 사실 만으로 세대론을 적용해본다. 그렇게 보는 게 편하고 쉽기에.

 

너는 책을 읽으면서 책 속 소설들이 과거에 머무른 채 벗어나지 못한 이들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그런데 너는 책 속 등장인물들이 과거에서 머무른 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서 미래로 나아갈 생각이 없다는 사실도 파악한다. 그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아니 미래라는 단어 자체가 들어설 여지 없이 과거에 머무른 채 현재를 살아나간다. 미래 없는 과거가 아니라, 그냥 과거와 현재의 교집합으로서의 현재만 존재하는 소설들. 그들은 그저 살아나갈 뿐이다. 미래에 대한 생각 없이. 어쩌면 그건 미래에 대한 희망 없는 허무와 환멸의 문학적 형상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그건 하나의 문학적인 삶의 방식일 수도 있다. 미래의 희망 없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대한 지속적인 묘사도 문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저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문학적 삶의 방식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이것도 세대론적인 일반화에 따라서 책을 구분할 것인가? 너는 갑자기 이 책에 대한 자신의 평가가 세대론인지 아닌지가 궁금해진다. 생각하다보니 아리송해진다. 세대론인지 세대론인지 아니면 그냥 작가의 특징인지. 근데 뭐 어떠랴. 책이 재밌었는데. 그것 하나면 책 읽는 의미는 충분하다. 그렇게 너는 세대론 같지 않은 세대론, 문학론 같지 않은 어설픈 문학론을 들이대다 책을 덮고 서평마저 마무리한다. 역시 너답게 혼돈스러운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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