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알무타납비 시선집-알무타납비
책을 읽으면서 생겨난 취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대중적이지 않은 시대나 사건들에 대한 책을 읽는 것. <알무타납비 시선집>은 저 취향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읽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 취향은 저로 하여금 <알무타납비 시선집>을 붙잡아 읽게 했습니다. 이게 중세 이슬람 황금기를 대표하는 시인의 시라면서 속삭이며.
이슬람 시인들의 시를 읽지 않은 건 아닙니다.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야트>나 잘랄루딘 루미의 시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시들은 저에게 이슬람 특유의 시라기 보다는, 어떤 특성을 가지면서도 보편적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철학적이거나 사색적이거나 신비적이고 종교적인 느낌으로. 이슬람 시인이라는 특색을 지우더라도 이들의 시는 누구에게나 읽힐 수 있는 보편적인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알무타납비의 시는 조금 느낌이 다릅니다. 중세 이슬람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시인 중에 최상의 자리에 위치한 알무타납비의 시는, 중세 이슬람 황금기의 현실로 시를 읽는 독자를 데려갑니다. 알무타납비의 시에서는 그 당시 이슬람의 자신감과 당당함, 용감함과 자기긍정의 힘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제국주의와 분쟁, 내전 등으로 얼룩진 중동의 근대 이후 역사에서는 볼 수 없는 강렬한 자신감이 가득한 시들 속에서, 저는 시대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낍니다. 동로마 제국을 가뿐하게 물리치고, 다시 쳐들어와도 너희들 따위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표출하는 이슬람의 군주를 묘사하는 시들 속에서.
누구에게나 찬란한 시절이 있습니다. 한 국가나 문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이슬람이 황금기가 있었다는 걸 들어서는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체감하지 못했을 뿐. <알무타납비 시선집>을 읽으며 말로 듣는 거랑 다수의 시를 통해 그 강렬한 자신감을 체험하는 건,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자신감은 군주를 훌륭하게 묘사하는 시에서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알무타납비는 자신의 기대를 배반한 군주들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조롱하는 시들도 남깁니다. 여기에서도 저는 알무타납비의 기개를 느끼는 걸 넘어서서, 동시대 이슬람에 가득했을 수도 있을 자신감을 느낍니다. 저의 지독한 오독이겠지만, 알무타납비의 오만함은 그 시대 이슬람의 강렬한 자신감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요?(^^;;) 오독이 여기까지 진행되니 이쯤에서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되었든 중세 이슬람의 넘치는 자신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들을 읽으며 그 자신감에 감염된 저 자신을 꿈꾸어봅니다. 아직 오지 않을 저만의 황금기를 꿈꾸며. 그러면서 저는 다른 책으로 넘어가보려 합니다. <알무타납비 시선집>처럼 예상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만나기를 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