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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스탠딩 - 도덕적 허세는 어떻게 올바름을 오용하는가
저스틴 토시.브랜던 웜키 지음, 김미덕 옮김 / 오월의봄 / 2022년 6월
평점 :
그랜드스탠딩-저스틴 토시, 브랜던 웜키
책을 읽을 초반부에는 그랜드스탠딩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갔습니다. 이해가 안 가면 당연히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고, 반감만 들죠.^^;; 어제 적은 글에서 별 한 개를 줘야겠다고 맘 먹은 것도 이해가 안 가서였습니다. 그런데 알라딘의 ‘출판사 제공 책 소개’를 보니 그랜드스탠딩이 직관적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아, 도덕적 허세나 도덕적인 자기 과시. SNS와 인터넷 게시판에 널리고 널린 그 전투적인 도덕화한 언어들. ‘난 너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해’아니면 ‘넌 비도덕적이야’, ‘우리 편이 옳고 너희들은 틀렸어.’라는.
이 지겹고도 지겨운 언어의 양상들을 ‘그랜드스탠딩’이라는 말로 표현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책을 읽으니 ‘그랜드스탠딩’이라는 단어가 서구권에서는 널리 쓰이고 있더군요.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나니, 저자들이 왜 그렇게까지 ‘그랜드스탠딩’을 비판하고 고치려 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도덕적 허세를 부리며 도덕적 우월성을 고취하는 점에서 그친다면 굳이 저자들이 나서서 비판할 필요는 없겠죠. 자기만족이나 자기과시에서 머무니까요. 하지만 그랜드스탠딩이 거기서 그칠 리가 없습니다. 그랜드스탠딩은 실제로 사회에 해악을 끼칩니다. 남발되고 오용되는 그랜드스탠딩으로, 정치나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토론을 할 때 피로도가 극심해져서 사람들이 그런 것들에 무관심해지거나 회피하거나 분노를 드러내지 않게 된다는 점부터,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하면서 정치적인 단절을 초래한다는 것까지.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는 점에서 그랜드스탠딩은 비판받고 교정되어야 합니다. 저자들의 말대로 좋은 쪽으로 교정되거나 아예 다른 방식으로 바뀌면 좋겠죠. 그런데 저는 궁금해집니다. 저자들의 낙관론처럼 그랜드스탠딩이 쉽게 바뀔까요? 저는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여기에 관해서 할 말이 있습니다. 진화생물학 관련 책이나 인류의 미래를 다룬 책이나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는 책들을 보다가 본 구절들이 있습니다. 인간은 집단에 쉽게 동조하는 쪽으로 진화되었다고. 집단을 뭉치게 하는 것에 있어서 자신의 집단과 다른 외집단과의 구별을 이용하는 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요? 저 집단보다 우리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하는 것만큼 하나의 집단을 쉽게 뭉치게 하는 게 있을까요? 집단과 집단 간의 구분뿐만이 아닙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이와의 비교에서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에 있어서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우는 것만큼 손쉬운 게 있을까요? 진화생물학적으로 봐도 그렇고 심리학적으로 봐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봐도 그렇고 그랜드스탠딩만큼 좋은 정치적 전략이 있을까요? 저는 인간들이 그랜드스탠딩 같은 좋은 정치적 전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사회적 해악이 너무나 크기에 어떤 식으로든 그랜드스탠딩에 대한 변화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저자들처럼 꿈꾸어 봅니다. 그랜드스탠딩이 없어지거나 변화한 세상을. 비록 쉽지 않겠지만, 그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상상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