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라는 말로 예를 들어보자. '범죄를 저지른 가해지를 용서한다'는 말은 너무도 힘들지만 그 말 자체는 쉬운 말이다. 하지만 이걸 세밀하게 파고들어가보자. 용서가 어디 쉬운가. 자기 가족을 죽인 사람을 용서한다고? 용서가 가능하다고? 이게 가능한가? 그러나 언어는 삶의 세밀함을 포용하지 못한 채, '용서한다'라는 말로서만 표현될 뿐이다. 여기에 피해자 가족의 엄청난 고뇌와 삶의 변화가 포함될 여지는 없다.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떠나간 가족을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살아 있었다면 다시 만날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고, 싸울 수 있고, 웃을 수 있는데 그걸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이걸 용서할 수 있다고? 이걸 용서하려면, 용서라는 영역에 도달하려면, 어떤 경험을 해야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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