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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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1.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와카타케 나나미


어린시절 불법 해적판으로 나온 만화책 <란마 1/2>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제목이 무슨 '금동이 어쩌구'였는데(^^;;) 저는 그 만화책이 <란마 1/2>인 줄 전혀 모르고, '재밌다'를 연발하며 술술 읽었죠. 남자가 여자가 되고, 여자가 남자가 되고, 인간이 동물이 되고, 동물이 다시 인간이 되는 다양한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며 온갖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데 어린 마음에 너무 즐거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처럼 재밌게 다시 만화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어쨌든 과거에 읽었던 만화 <란마 1/2>를 떠올리면 언제나 저는 그 만화에다 '활극'이라는 단어를 동시에 떠올립니다. 모험담이나 미스터리, 공포, 첩보물 처럼 공포와 서스펜스가 동반되는 소재를 다룬 허구의 작품을 가리키는 활극이라는 단어가 왜 그 작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활극이라고 하면 '란마 1/2'처럼 어딘가 왁자지껄하고 좌충우돌하는 모험담이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은 제가 생각하는 활극의 정의에 잘 들어맞는 책입니다. 우선 이 소설은 일상을 배경으로 하는 코지 미스터리물 답게 살인이 있고,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에 대응하는 인물들의 갈등과 대립, 와카타케 나나미 특유의 유머와 왁자지껄하고 좌충우돌하는 상황들이 즐비합니다. 어딘가 유머러스하고 시끄러우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거기에 맞서서 무언가 행동하는 인물들이 빚어내는 스토리 때문에 분명히 이 소설은 재밌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제가 이 작품이 조금 더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가의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처럼, 저는 이 작품이 조금 더 극단적이고 예측이 안 되는 상황으로 나아가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그게 없더군요. 음, 생각해보면 제 생각 자체가 이상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아주 실험적인 전위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고, B급 느낌의 작품이 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는 게 옳은 것일까요? 한바탕의 모험담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다시 안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아마도, 제가 장르 문학을 너무 많이 읽어서 이렇게 평온한 일상의 해피엔딩에 만족을 못 느끼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닐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이 작품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습니다. 책을 읽는 저 자신이 문제라는 것이죠. 이래서 덕후의 삶(??)이 힘든 것입니다. 쉽게 만족을 못하니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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