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운명 북클럽 자본 시리즈 11
고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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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35.노동자의 운명-고병권

 

 

쓸데없는 일 같지만, 갑자기 인터넷에서 기업가 목록을 검색해 볼 때가 있습니다. (정말 쓸데없는 일이긴 합니다.^^;;;;) 미국을 살피면 MS의 빌게이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얼론 머스크 같은 인물이 나옵니다. 이들은 자신이 기업을 만들고 거대 기업으로 키워낸 자수성가형 인물들입니다. 미국을 이어 한국 기업가들의 목록을 검색해봅니다. 내가 아는 익숙한 한국 기업가들의 이름이 나옵니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 대기업 회장들의 대부분은 재벌 2세거나 3세입니다. 자수성가형 인물들은 거의 없죠. 한국 기업가들의 목록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들은 재벌의 운명을 타고 났구나. 마르크스라면 자본가의 운명을 타고났다고 했을 겁니다. 반대로 저는 마르크스의 말을 따르자면 그들과 달리 노동자의 운명을 타고난 거겠죠?

 

 

마르크스의 자본 1권을 12회에 걸쳐 강연하고 그 내용들을 책으로 엮어낸, 북클럽 자본 시리즈의 11권은 저 같은 노동자의 운명을 타고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당연하게도 저 같은 노동자들의 운명은 자본가들과 다릅니다.(이건 너무도 당연하 이야기겠죠?^^;;) 이미 타고난 순간부터 재벌 2세들과 노동자들의 힘의 균형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둘의 운명에는 딱 들어맞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고 기업을 운영하게될 그들과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 팔아야 하는 노동자의 운명을 소위 게임이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그들은 노동자를 사면 되고, 노동자는 그들에게 자신을 팔아야 하니까요. 그뿐만 아닙니다. 자본주의라는 체제, 시스템은 자본가가 활개치기 정말 좋습니다. 돈과 힘을 이용해 정치에도 힘을 미치기 쉽고, 언론사에 돈을 풀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언론 환경을 만들수도 있습니다. 학계는 어떤가요? 학계에도 돈을 풀어 자신들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론을 만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요모조모 살펴봐도 자본가는 자본가로 되는 순간, 자본가로 태어나는 순간, 노동자보다 훨씬 앞서 달리고, 자신이 달리고 있는 환경 자체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자본가를 위한 최적의 세팅으로서 자본주의가 존재한다는 말이죠.

 

 

<노동자의 운명>은 노동자와 자본가의 상반된 운명을, 마르크스의 사상이 기술된 자본 1권의 이야기로서 풀어냅니다. 자본주의가 어떻게 자본가에게 최적의 세팅을 제공하는지, 노동자에게는 얼마나 불리한지. 멜서스의 인구론과 산업 예비군, 영국에서의 곡물법 폐지 이후 농업 노동자의 변화, 과거 아일랜드 노동자의 현실 이야기까지. 끊임없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본가들과 그에 비해 불리한 환경 속에서 사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노동자는 노동자로 태어나고 노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암울할 수도 있는데요, 북클럽 자본 시리즈를 꾸준히 읽어온 저로서는 암울하기 보다는 더욱 더 냉정해지네요. 냉정하게 바라보고 냉정하고 사고하게 되는 식으로. 이런 책을 읽는 자의 운명으로서 저는 암울하거나 우울해지기 보다는 이 책의 서술된 사고 방향을 이해하고, 그걸 바탕으로 삶을 바라보는 저의 시각을 조금씩 바꾸어나가고, 또 다른 책을 찾아나서는 걸 선택하렵니다. 그게 저에게 주어진 노동자의 운명에 저항하는 저만의 방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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