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간지성론 1 - 로크의 『인간지성론』에 대한 비판 아카넷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626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지음, 이상명 옮김 / 아카넷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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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1.신인간지성론1-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독서노트

 

 

존 로크는 <인간지성론>에서 말한다. 인간은 '타불라 라사'(빈 서판)이며 경험을 통해서 세상을 인식하여자신의 삶을 채워나간다고. <인간지성론>을 읽은 동시대 대륙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존 로크의 주장을 참을 수 없었나보다. 그는 <신인간지성론>이라는 책을 써서 존 로크의 경험주의 철학을 비판한다. 플라톤으로부터 이어진 대화편의 대화 형식을 이용해서, 그는 인간은 결코 빈 서판이 아니며, 인간 안에는 경험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명석하고도 판명하게 떠오르는 본유관념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존 로크의 분신 같은 존재인 필라레테스의 주장을 반박하는 테오필루스의 입을 빌려 전개되는 라이프니츠의 주장은, 처음에 등장하는 '본유관념'의 파트를 넘어서면, 그 이후로는 자신의 주장을 세세하고 지난하게 논증하는 과정을 통해 펼쳐진다. 나 또한 본유관념 파트 이후로는 물처럼 술술술 읽어 나갔다. 그 주장이 딱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한자한자 반드시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하지만 이 '술술술 읽어나간다'는 말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먼저 이 말을 말하기 위해서는 나의 과거 경험을 말할 수 밖에 없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실행한 서양 인문 고전 독서 경험을 통해서 나는 나만의 고전 독서 방법을 익혀나갔다. 그건 '익숙함'이라는 단어와 이어진다. 낯설고 이해하기 힘들어서 고전했던 초반의 경험이 지속되는 하드 트레이닝(^^;;)으로 인해서 점차 익숙해지는 식으로. 익숙해진다는 말은 한자한자 읽기 힘들어서 한장도 제대로 넘기기 힘들었던 내가 책 한 권을 그래도 어려움 없이 뚝딱 읽어내는 식으로 변했다는 말과 같다. 어려움 없이 뚝딱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서양고전이 두렵다거나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쉽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서양 인문 고전 독서는 내게 '어렵지 않을 뿐'이지 쉬운 게 아니다. 여전히 내게 서양 인문 고전은 어렵고 힘든 책이다. 하지만 독서를 하면서 그 어려움을 어떤 방식으로 읽어 내야 하는지를 나만의 방식으로 익혔기에 예전처럼 어렵게 여기지 않을 뿐이다. '어렵지 않다''쉽다'의 엄청난 간극을 나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기에 ,나는 서양 인문 고전을 어렵지 않게 읽어내지 쉽게 읽어내지는 못한다. <신인간지성론1>도 마찬가지로 나는 어렵지 않게 읽어냈다. 쉬운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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