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현상학 2 한길그레이트북스 64
게오르크 W.F. 헤겔 지음, 임석진 옮김 / 한길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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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9.정신현상학2-G.W.F.헤겔

온갖 실재라는 이성의 확신이 진리로 고양되고 이성이 자기 자신을 세계로, 그리고 세계를 자기 자신으로 의식하기에 이르렀을 때, 이성은 곧 정신이다.(17)

여기서 개인의 힘이 공동세계를 제압하고 또 극복해나갈 듯이 보이는 모습이야말로 실은 공동세계를 실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의 위력이란 자기를 공동세계에 합치되도록 하는 것, 다시 말하면 자기의 본체를 외화하여 공동세계에 동참하는 대상으로 정립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이 교양을 쌓음으로써 스스로 현실성을 획득한다는 것은 공동세계 그 자체를 실현하는 것이다.(71)

이 순수부정성이야말로 오직 자기로서, 이 단일한 자기가 순수하게 도덕을 인식하는 동시에 '이' 개별 의식으로서의 자기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전에는 공허하다고 했던 순수의무의 본체는 이 자기에 의해서 내용이 주어지게 되었으니, 왜냐하면 이 자기는 자기의 고유한 법칙에 연연하여 본체와는 이질적인 위치에 있다던 그런 상태를 벗어난 현실적인 자기이기 때문이다. 이 자기는 부정의 운동을 행한다는 점에서 순수한 본체와는 구별되는 내용을 지니지만, 바로 이 내용이 절대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이다.(204)

그러나 자아=자기는 자기 자신에게 복귀하는 운동이다. 즉 이러한 동등성은 동시에 절대부정으로서 절대적 차이를 낳게 되므로 자아의 자기동일성은 이 순수한 차이와 대립하게 되고 순수한 차이는 자기를 아는 지와 대립되는 순수한 대상으로서, 이것은 곧 시간으로 불린다. 그리하여 앞에서는 존재의 본질이 사유와 연장의 통일이라고 불렸다면 이제는 그것이 사유와 시간의 통일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끊임없이 차이에서 차이로 이어지며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도리어 자기 내면의 붕괴에 봉착하여 안정된 대상 세계를 꾸며내는 연장으로 전화하는데, 이 연장은 자기와의 순수한 자기동일을 유지하는 다름아닌 자아이다.(335)

총페이지:376p

읽은기간:2021.5.5~2021.5.5

특이사항:세상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책 중 하나로 악명이 높은 책

나만의 서평: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책을 읽은 탓에 책읽기만 계속 하고, 써야 할 서평은 적지 않고 있다. 이전이라면, 서평 쓰기를 포기했었으리라. 그러나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달라졌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고 있기 때문이다. ^^;; 대신에 읽은 순서에 연연하지 않고 쓰고 싶은대로 쓰기로 했다. 그게 그마나 서평을 계속해서 쓸 수 있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친구 N에게

N, 며칠 전에 오랜만에 너와 통화했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친구답게, 마치 오늘 만난 것처럼, 격의 없이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았지. 내가 겪은 일부터 요새 일어나는 일까지. 통화를 끊고 생각해봤는데, 내가 너한테 이야기를 하다하다 헤겔의 <정신현상학>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뭔가 놀라웠어. 니가 나의 온갖 이야기를 다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헤겔의 <정신현상학> 이야기까지 들어줄 줄이야. 이야기를 들어준 너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반대로 이야기를 한 나는 이상한 인간이 되겠지만.^^;; 하지만 친구야, 헤겔의 <정신현상학>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읽는 것이 힘든 것도 있지만, 읽기라는 행위를 통해서 그 책이 나를 스쳐지나가면서 남긴 무언가가 나로 하여금 홀린 듯이 이야기를 하게 만들었거든.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무언가가 내 안에 남아서 이야기를 하게 만들었다는 말이지.

그 때,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올려봤어. 나는 아마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

'잘 봐. 내가 어떤 주장을 한다고 치자. 그건 시작이지. 이걸 '정'이라고 할 수 있어. 일단 '정'은 '정'으로서 놔두자. 이번에는 내가 '정'이 아닌 다른 '타자'의 주장을 한다고 치자. 이건 '정'과는 다른 주장이겠지. 이걸 '반'이라고 부르자. 마지막으로 내가 '정' '반'의 주장을 합친다고 하자. 이게 '합'이야. 하지만 이 '합'을 말할 때의 '나'는 혹은 '나의 정신'은, 내가 '정'을 말했을 때의 '나'나 '나의 정신'과는 달라. 타자의 주장을 하면서 타자의 입장을 받아들여 나 자신이 이전보다 폭넓게 변화했기 때문에. 이걸 정신의 운동으로서의 변증법이라고 할 수 있어.'

아마 나는 여기까지 말했을 거야. 써놓고 보니 첨가해서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 더 첨가해서 써 볼께.

'헤겔은 <정신현상학>에서 이 '정신의 운동으로서의 변증법'을 단순히 개인의 정신을 넘어서서, 더 확장시켜서 이야기해. 인간과 인간의 관계부터 공동체, 국가, 역사에 이르기까지. 더 나아가서 그는 최종적으로 '절대지'에 이르게 돼. '절대지'라는 말을 써놓고 보면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내가 보기에 헤겔이 말하는 '절대적 지성'은 '신의 다른 이름'처럼 보여. 결국 헤겔은 인간 정신의 운동에서 시작하여 공동체,국가,역사를 포괄하는 하나의 철학적 법칙을 만들었고, 그걸 신에게로까지 향하게 했지.'

N, 써놓고 보니 내가 <정신현상학>을 너무 일반화했다는 느낌이 들어. 책을 읽어보면 내가 일반화한 주장보다 훨씬 더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거든. 그런데 내 이해력과 독해력의 부족으로 그 부분들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여. 사실 읽으면서 힘들기는 했어. 책을 읽었는데, 문장과 단어들을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어서. ^^;; 마치 검은 문자 덩어리 속을 헤매다 나온 느낌이야. 검은 문자 덩어리를 헤매는 몸부림을 치다 독서가 끝났다고 할까. 그래도 친구야, 나의 고전 독서는 계속될 거야. 이미 포기하기에는 늦었거든. 해 놓은 게 너무 아깝기도 하고. 앞으로도 니가 나의 이야기를 종종 들어주었으면 한다. 고전 독서라는 게 한 번 하기도 힘들고, 하고 나서도 무언가가 남는데, 그걸 토해내지 않으면 안 될 거 같거든.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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