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자본을 읽자 북클럽 자본 시리즈 1
고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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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4.다시 자본을 읽자-고병권(3)

사람은 자기가 살아가는 곳의 인간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 산다면 자본주의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고, 중세 봉건제 사회에서 살아간다면 중세 봉건제 사회의 인간이 되는 것이고, 수렵채집 사회에 산다면 수렵채집사회에 맞는 인간이 되는 것이죠. 반대로 중세 봉건제 사회에서 사는 인간이 갑자기 자본주의적인 인간이 될 수가 없고, 수렵채집 사회에서 사는 인간도 순식간에 계산적이고 돈에 집착하는 자본주의적인 인간이 되기는 힘듭니다. 마르크스는 그 사실을 전제하고 묻습니다. '당신이 사는 자본주의 사회란 무엇인가?'라고.

자신이 사는 체제 혹은 구조에 대한 이 질문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다시한번 들여다보게끔 합니다. 일명 '낯설게 하기'. 지금까지 살면서 '자신이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라는 질문 따위는 하지 않고 자신이 살던 세상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이들이 '낯설게 하기'라는 효과를 통해 세상을 조근조근 따져보는 것입니다. '왜 지금의 세상은 이런 구조를 가지게 됐지? 왜 체제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지? 지금의 모습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하는 식으로.

마르크스가 던졌던 질문을, 마르크스의 책을 읽는 독자가 하게 되는 순간, 세상으로 향하는 마르크스의 시선은 마르크스의 책을 읽는 독자와 하나가 됩니다. 자본주의라는 역사적 상황의 특수성을 포착하는. 현재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우며 합리적이다라는 식으로 포장하는 정치경제학의 사후정당화는 그런 시선을 가진 이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마르크스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가렸던 더께는 사라졌으니까요. 마르크스의 책을 읽은 독자가 이제 할 일은, 더께가 사라진 눈으로 세상을 주시하고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마치 마르크스가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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